The Live

227.

쩡, 꽈앙-!

팡, 쐐애애액-

두 창칼이 얽혀들며 교차한다.

수천 자루의 창들이 떨어지며 사각을 노리고, 눈앞에서 또 다른 창이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윤재는 마치 머리 위와 등 뒤에 눈이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창들을 피해 냈다. 동시에 눈앞에 있는 메타트론을 향해 맹공을 퍼부어 댔다.

쉬익, 픽-

“큭…….”

메타트론의 몸에 계속해서 상처가 쌓여 갔다.

수시로 방향을 바꾸며 몸을 튕기는 윤재의 움직임은 눈으로 좇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창을 휘두르며 맞서고는 있지만, 메타트론은 몇 번이고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서걱-

메타트론의 목이 또다시 잘려 나갔다.

윤재의 고개가 휙 뒤로 돌아갔다. 등 뒤로 메타트론의 창이 목을 찔러오고 있었다.

쩌엉-!

아래에서 위로, 윤재의 검이 창을 쳐 낸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부드럽게 이어진 움직임. 메타트론은 믿기 어렵다는 듯이 눈을 크게 키웠다.

“이제 목숨이 몇 개 남았지?”

“제길…….”

쩡, 까가강-!

윤재는 메타트론과 합을 나누며 차분한 목소리를 이어 나갔다.

“네 개인적인 능력인가? 아니면 천왕이라는 자리가 주는 권능 같은 건가? 대체 목숨이 몇 개인지 모르겠군.”

“나는…… 죽지 않는다.”

“안 그런 거 알아. 그런 녀석이 지금, 무서워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윤재의 말에 메타트론의 눈이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린다.

‘내가? 무서워한다고?’

스스로의 표정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당장 눈앞에 거울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하지만 메타트론은 윤재의 말에서 자신이 눈앞에 있는 윤재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메타트론에게 있어서 치욕이자 굴욕이었다.

“그럴 리가……!”

푸욱-

“있어.”

쉬익-

촤아악-!

윤재의 검이 메타트론의 심장에 박히고는 그의 몸을 반으로 갈라냈다.

마지막 순간, 윤재의 검 끝이 하늘로 향했다. 아래로 내리꽂힌 창이 윤재의 검과 부딪힌다.

쩌어엉-!

“크윽…….”

메타트론의 신형이 멀리 날아가 휘청거린다. 윤재의 신형은 멈추지 않고 메타트론을 쫓아 움직였다.

쉬이이이익-

피픽, 피피피피피픽-

사방에서 나타난 수백 자루의 창들이 윤재의 사각을 노리고 쏘아진다.

‘오지 마!’

메타트론은 속으로 외쳤다.

다가오지 말라며 계속해서 창을 쏘아 냈다. 신력을 뿜어내고 눈앞에 벽을 만들었다. 하늘에서 벼락을 만들어 아래로 내려쳤다.

하지만 윤재는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계속해서 다가왔다. 창을 피하고, 벽은 깨부쉈다. 떨어지는 벼락은 몸으로 버텨 냈다.

피익, 픽-

하나둘씩 생겨나는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메타트론은 윤재가 점차 다가오는 것을 보며 소리쳤다.

“오지 마!”

꽈릉-!

하늘에서 내려친 벼락이 윤재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윤재는 피할 가치도 없다는 듯, 그 자리에서 버텨 내며 검을 위로 들어 올렸다.

“이게 뭐냐?”

우우우웅-

콰아아-!

아래로 떨어진 검이 땅과 맞닿아 세상을 베어 냈다. 메타트론은 눈앞에 거대한 막을 만들어 그 거대한 충격을 겨우 막아 냈다.

아니, 막아 내려 했다. 하지만 막아 낼 수 없었다.

“쿨럭, 컥!”

메타트론의 입에서 피가 뱉어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윤재를 바라보았다.

‘아까보다…… 더 강해졌다고?’

우웅, 우우웅-

다시 한 번 마력을 증폭시킨 윤재의 마력은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려 올 정도였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조차 거대하게 느껴진다. 저만한 힘을 개인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려웠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브리엘에게 정면에서 힘 대결로 밀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말도 안 돼. 그 상황에서 여력을 남겨 두었다고?’

윤재는 지금을 위해 방금 전까지 여력을 남겨 두고 있었다.

무리하게 역행을 사용해 마력을 증폭시키다 부작용이 커지면 나중이 어려웠다. 그래서 윤재는 라텔이 추락하기만을 기다리며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체력과 힘을 아껴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라텔이 떨어지고 다른 일행들이 모두 합류한 이상 더 이상 윤재는 힘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확실히 기량 자체는 뛰어나군. 전대 대천사장의 힘을 흡수했다는 가브리엘보다도 더 말이야.”

윤재는 메타트론의 힘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그는 정말 강했다.

다른 대천사들과 비교하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역시나 그뿐이었다.

“그래도 넌 미카엘보다 못해.”

으득-

이를 악물며 메타트론이 소리쳤다.

“내가…… 내가 왕이다!”

우우우우웅-

메타트론의 손에 쥐어져 있던 빛의 창이 점차 커져 갔다. 막강한 신력이 손아귀에 모이고, 수십 미터의 거대한 창이 만들어졌다.

죄지은 천사를 하늘에서 벌하는 심판의 창.

메타트론은 모든 힘을 쥐어짜 창을 만들어, 그것을 크게 휘둘렀다.

“말했지?”

윤재는 높게 검을 들어 올렸다.

다시 한 번, 마력이 증폭된다. 메타트론의 창과 비교해 너무나도 작고 초라한 크기의 검이었지만, 그 안에 집중된 마력의 크기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양손으로 움켜잡은 검을 아래로 크게 휘둘렀다. 메타트론의 창과 작은 검이 부딪혔다.

쩌엉-!

쩌적, 쩌저적-

카아앙-!

거대한 창에 금이 생겨나고, 곧이어 그것이 깨어졌다. 메타트론은 자신의 힘이 집중되었던 창이 깨어졌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 같은 새끼는 왕의 자격이 없다고.”

윤재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깜짝 놀란 메타트론은 급히 손을 앞으로 뻗었다. 신력이 형체를 갖추지 못한 채 무작정 앞으로 뿜어져 나갔다.

콰아앗-!

반사적으로 내뿜은 힘이라지만, 왕은 왕이었다.

메타트론이 손에서 뿜어낸 힘은 어지간한 성 하나쯤은 단숨에 무너뜨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맞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힘이 강하다 해도 제대로 제어되지 않은 힘은 덩치값을 못하는 거지.”

마력에 있어서 중요한 건 절대량만이 아니었다.

힘이란 크기만큼이나 그것을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했다. 수많은 해당자들이 마력 컨트롤을 괜히 익히는 게 아니었다.

뻐억-!

“컥…….”

윤재의 주먹이 메타트론의 배에 틀어박혔다.

내내 검만 신경 쓰고 있던 메타트론은 입을 쩍 벌리며 뒤로 훅 밀려났다.

“끄으으…….”

“넌 좀 맞아야 돼.”

쉬익-

콰직- 콱-!

마력을 담은 주먹에는 단단한 마병갑이 둘러져 있었다. 그 어떤 아이템보다도 견고한 장갑은 메타트론의 얼굴과 복부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쩌억-!

메타트론의 안면에 꽂힌 주먹이 그의 몸을 뒤로 쭉 밀어냈다. 날개를 활짝 펼쳐 겨우 날아가는 것을 모면한 메타트론은 고개를 흔들며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어디로 갔지?’

윤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위의 기척을 읽어 봤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윤재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때였다.

콱-

“커어어…….”

메타트론은 자신의 뒤에서 목을 움켜잡은 윤재의 손을 꽉 잡았다.

어떻게든 그 손을 뿌리쳐 보고자 했지만, 아귀의 힘이 워낙 강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윤재는 움켜잡은 손에 점점 힘을 주며 말했다.

“이제 알겠네.”

꽈아아악-

“이게 마지막이구나.”

확실하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느껴지던 애매함이 사라졌다. 피와 뼈, 살과 영혼이 있는 ‘진짜’였다.

“참 질긴 목숨이야. 그렇지? 목숨이 많은 건지, 아니면 살기 위해서 진짜 자기 모습을 꽁꽁 숨기고 살고 있었던 건지.”

아무리 살기 위해 몇 겹으로 수를 써 놨다고 해도 완전한 불사란 존재하지 않았다.

절대, 불사, 무적.

윤재는 그런 말들을 믿지 않았다. 무조건적인 말은 단지 과장에 불과하다. 어디에나 끝은 있기 마련이었다.

갑작스럽게 메타트론의 움직임에 여유가 사라지고 방어적인 싸움을 취한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메타트론은 더 이상 남아 있는 목숨이 없었다.

남아 있는 마지막 목숨.

메타트론은 자신이 존재해 온 이래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이대로 윤재가 자신의 목을 비튼다면, 자신은 죽게 되는 것이다.

덜덜-

메타트론의 몸이 잘게 떨렸다. 윤재의 손에 점차 힘이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사…… 알…… 려…….”

겨우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짠다.

목숨을 구걸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말이 먹혀들 리가 없었다.

“제발, 마지막 순간까지.”

우드드득-

윤재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 메타트론의 목을 부러뜨렸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후회하며 죽기를.”

* * *

툭, 투두둑-

“하아, 하-”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뜨거운 입김을 뿜는다.

비틀거리며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는 정규는 얼굴을 슥 만지다 자신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빡세네, 진짜.”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 올린 정규의 시선에 라구엘과 아나엘의 모습이 들어왔다.

둘 역시 제법 상처가 깊었다. 몸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생겨나 있었다. 하지만 셋 중 누가 제일 상처가 깊은지는 뻔히 보였다.

“그 지경을 하고도…… 계속하겠다는 건가?”

라구엘은 질린 얼굴로 물었다.

자신과 아나엘을 동시에 상대하는 정규는 내내 궁지에 몰렸다. 그 와중에도 발악하듯 한 번씩 반격했지만, 결국 더 많은 상처를 입은 쪽은 정규였다.

처음에는 어렵지 않게 정규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자신들 두 명이 더 유리했으니까.

그런데…….

‘대체 왜 안 쓰러져?’

지금 이 순간, 라구엘과 아나엘의 머릿속에 동시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정규는 이미 서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일 만큼 크게 다친 상태였다. 검을 쥔 팔마저도 반쯤 잘려서 너덜거리고, 다리도 풀려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쓰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 상태가 되어서 더 강해진 듯한 기분도 들었다.

무엇보다 표정이 아직 살아 있었다.

이래서는 되레 자신들이 지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지금 져 달라고 구걸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헛소리를…….”

“그런데 어쩌나, 그럴 생각은 없는데.”

스스스스-

정규의 몸에 생겨난 상처들이 빠르게 아물어 간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난 이제 시작이거든.”

우우웅-

정규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이 울었다.

무하마드는 라구엘과 아나엘의 피를 취하고, 그 힘을 정규에게 전달했다. 그 힘을 고스란히 먹어 치운 정규는 되레 처음보다 더 힘이 났다.

상처에서 느껴지는 쓰라림 정도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난 2년 동안, 정규는 단 하루도 다치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팍-

쉬이이이익-

정규의 신형이 다시 한 번 정면으로 들어온다.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움직임이었다. 저런 몰골로 아직까지도 정면으로 들어오다니.

하지만 되레, 라구엘과 아나엘은 그런 정규에게서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받아 냈다.

콰앙, 쾅-!

쩡, 콰콰콱-

합이 오가며 다시 한 번 핏물이 튀었다.

정규는 자신의 몸에 상처가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마에서 흐른 피가 눈으로 들어가도 눈조차 깜박이지 않았다.

검은자위뿐인 눈은 감기지 않은지 오래였다.

‘미치기라도 한 건가?’

라구엘은 이런 상황에서도 웃는 얼굴로 검을 휘두르는 정규에게서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싸우던 중, 어느 순간 확신이 들었다.

밀리고 있는 건 자신들이었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래서는…….’

푸욱-

콱-

아나엘의 창이 정규의 어깨를 꿰뚫었다.

그와 동시에 정규의 검 또한 아나엘의 복부를 찔렀다.

“크읍…….”

“왜 몸이 이리 둔해졌어?”

쑤욱-

쩌엉-!

검을 뒤로 뽑아낸 정규는 곧장 옆으로 날아온 거대한 집행검을 쳐 냈다. 팔이 욱신거릴 정도의 위력이었지만, 참을 만했다.

우득, 우드득-

집행검을 막아 낸 팔의 뼈가 부러져 살을 꿰뚫고 나오더라도 말이다.

“뭐 이런…….”

쉬이이익-

라구엘은 눈앞으로 질주해 오는 정규를 보며 화들짝 놀라 위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곧이어 정규의 모습이 눈앞에서 휙 사라졌다.

콱-

“달리는 것보다 나는 게 느리더라고.”

정규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한 손으로 날개를 붙잡은 정규는 웃는 얼굴로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우드드득-

“끄…… 아아아아아-!”

위로 날아오르던 라구엘은 날개가 부러져 땅 아래로 추락했다. 동시에 멀리서 창이 날아와 정규의 왼쪽 어깨에 틀어박혔다.

콰직-!

“크으…….”

날아온 창은 정규의 몸을 이끌고 멀리 죽 날아갔다.

겨우 공중에서 몸을 흔들어 균형을 잡은 정규는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났다.

“허억, 헉-”

배가 꿰뚫린 아나엘은 지친 숨을 내쉬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창이 없었다. 방금 전, 라구엘을 구하기 위해 정규에게 투척한 것이다.

“끈질긴 건 니들도 마찬가지네, 뭐.”

쑤우욱-

정규는 어깨에 박힌 창을 한 손으로 뽑아냈다.

왼쪽 어깨가 너덜거리고, 오른쪽 팔은 뼈가 튀어나와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이 정도 부상은 낫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골치 아프게 됐네.’

라구엘과 아나엘 역시 이미 만신창이었다.

특히 아나엘은 더 이상 싸우는 게 불가능해 보일 정도였다.

문제는 라구엘이었다.

다른 대천사들보다 나이가 훌쩍 많아 보이는 라구엘은 노련한 만큼 수를 내다볼 줄 알았다. 그런 만큼 아나엘처럼 치명적인 상처는 되도록 입지 않은 편이었고, 비교적 멀쩡했다.

“도와줄까?”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들려온 목소리.

정규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쪽은 벌써 끝났어요?”

라구엘의 시선 역시 정규와 마찬가지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향했다.

엘빈이 검에 묻은 피를 바닥에 털어 내며 걸어오고 있었다.

“끝난 지는 조금 됐지.”

“빨리 끝났네요? 꽤 다친 것 같긴 하지만.”

“네 몰골이나 보고 말하시지.”

가브리엘과 싸운 엘빈은 몸 곳곳에 자잘한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상처는 없었고, 움직이는 데도 큰 무리는 없었다.

‘가브리엘이…….’

라구엘은 허탈한 얼굴로 검을 아래로 내려뜨렸다.

대천사장의 죽음. 그것은 라구엘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정규만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가브리엘을 쓰러뜨린 엘빈까지 합류한다면, 자신에게는 더 이상 승산이 없었다.

“……흠.”

정규는 라구엘이 더 싸울 의욕을 잃은 것 같자 김이 샌 얼굴로 콧김을 뿜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하늘까지 솟아난 거대한 불의 기둥을 바라보았다.

“왜 이리 덥나 했더니, 저거 때문이었나?”

“저걸 이제 봤냐?”

“내 싸움도 집중해야 할 판에 저걸 의식할 틈이 어디 있어요?”

정규의 대답에 엘빈은 그가 싸움에 얼마나 집중했는지 알 수 있었다.

거대한 불의 기둥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그것은 꽤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주변 일대의 기온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 정도였다.

‘저 녀석이 진짜인 모양이군.’

대천사 미카엘.

다른 대천사들에 비해, 그의 실력은 실로 독보적이라 할 수 있었다.

당장 저 겁화에서 느껴지는 열기만 하더라도 가까이 다가가기가 망설여질 정도였다.

날 때부터 대천사였던 라구엘을 비롯한 다른 대천사들과는 달리, 미카엘은 가진 힘뿐만 아니라 자신들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까지도 완벽했다.

‘뭐, 그래도…….’

엘빈은 거대한 불의 기둥 사이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쪽도 대충 끝이 보이는 모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