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ve

272 coins.

시간은 쉬지 않고 지나갔다. 하루하루가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민아는 정말 빨리 컸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보일 정도로. 이미 어떻게 크는지 알고 있었지만, 윤재는 그마저도 좋아 보였다.

매일이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날들의 연속.

하지만 마냥 그렇게 계속 지낼 수만은 없었다.

몇 년이 지나갔다.

올해 은경이의 생일이 지나갔다. 이제 정말 며칠이 남지 않았다.

‘아마 이제 곧…….’

다시 그때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스탠드를 켜 놓고 침대에 누워 일기장을 펼쳐 보던 윤재는 은경의 물음에 깜짝 놀라며 일기장을 덮었다.

당황한 듯한 윤재의 모습에 은경은 눈을 가늘게 좁히며 윤재를 바라봤다. 눈을 잠시 마주하고 있던 윤재는 그 눈길이 이상할 만큼 사랑스러워 짧게 입을 맞췄다.

쪽-

짧은 입맞춤 뒤에 작게 웃는 윤재를 보며 은경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멍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녀는 이불을 위로 끌어당기며 중얼거렸다.

“아, 놀래라.”

시간이 오래 지났다지만, 그녀 역시도 아직까지 처음처럼 설레기는 마찬가지였다. 윤재는 그런 은경의 모습을 보며 곧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이건 못 보여 주지.’

윤재는 일기를 옆자리에 두었다.

일기장을 주며 그녀는 약속했다. 절대로 자신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지 않겠다고.

지금껏 그녀는 한 번 약속한 걸 어긴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믿는다.

‘뭐, 봐도…….’

텅 비어 버린 일기장에 유일하게 적혀 있는 글자들.

[9월 18일, 밤 10시.]

[모든 걸 다시 바꿀 수 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윤재는 다시 잠들었다.

* * *

9월 18일, 밤 9시 55분.

윤재는 길게 출장을 다녀오겠다고 이야기하며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내는 올 때 선물 사 오라는 말만 남겼다. 쓸쓸하고 보고 싶을 텐데도, 자신을 생각해서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한 것이다.

‘어차피 당분간은 날 기억하지 못하려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윤재는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어느새 시간은 10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자신이 처음 이면세계 저 너머로 건너간 날.

그 시간, 그 순간이 다가왔다.

눈을 감고 그 시간을 기다렸다. 마음의 준비를 할 건 없었다. 이미 다 겪은 일이고, 자신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할 수 있다.’

어려울 건 없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매일 밤 이 순간을 떠올렸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감이 녹슬거나 긴장이 풀어진 게 아니었다.

‘이제…….’

째깍-

시침이 10시를 가리키는 순간.

윤재의 눈앞에서 세상이 뒤집혔다. 늦가을의 날씨보다도 더 쌀쌀한, 시린 공기가 피부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여, 여긴 어디야?”

“운동장? 내가 여기 왜…….”

곳곳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거대한 공터와 그 사람들을 보는 윤재의 눈빛이 달라졌다.

내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