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vel’s Villain

< 3. Inspection Price (1) >

이제는 잠재력이 극의에 달해서인지 신기하게도 바로바로 능숙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머리가 아프거나 익히기 위해서 고된 훈련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는데, 과연 이래도 되나 싶었다.

진우는 무심결에 고서의 페이지를 넘기다가 잠시 흠칫했다.

기본 손짓과는 다르게 무언가 섹시함이 가득 담겨 있는 손짓이었다.

게다가 무의식적으로 잡은 자세 역시 남성미가 뿜어져 나오고 있어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아주 자연스러운 자세인데, 무언가 화보를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진우는 셀카를 이상한 표정으로 찍어보았다. 결과를 확인했을 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표정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추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미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마치 자동 보정이라도 된 것 같았다.

억지로 갖은 폼을 잡고 찍어보니 오글거리지 않고 오히려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뭔가 자신이 아닌 것 같은 매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진우 인생, 이제 굴욕샷은 없는 이야기었다.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인데······ 아! 아! 음음! 이거······.”

억양마저 미묘하게 달라져 상당히 기묘한 기분이었다.

머릿속으로 오만 가지 기술들이 떠올랐지만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냈다.

‘일반 서적도 가능하겠지?’

원작에서 주인공은 두통 때문에 많은 시도는 하지 못했는데 그런 고통이 없음을 확인했으니 도전해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서적뿐만 아니라 정보 전달 매체라면 모두 가능할 듯했는데, 물론 일반 서적 같은 경우에 상당히 많은 마력이 들기는 할 것이었다.

책 한 권 흡수하는 데 몇 억은 우습게 들지 않을까?

‘익숙해지기까지는 좀 걸릴 것 같으니 한 번에 많은 걸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네.’

하지만 이건 제약도 아니었다.

점점 원작의 설정과 현실의 정보들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어쨌든 좀 더 익숙해지고 발전한다면 TV나 미튜브 동영상을 보고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됐다.

치트키라 불러도 할 말이 없었다.

쉽다. 너무 쉬워.

“후······ 이제 시작이네.”

지금까지의 일을 평가하자면 첫 발자국을 성공적으로 내딛었다고 할 수 있었다.

기술 선점을 위한 회사도 설립했고 밑 작업도 해놓았다.

진우는 수많은 유물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지금도 모으고 있었고 앞으로도 꾸준하게 모을 예정이니 든든한 힘이 되어 줄 것이었다.

지금 당장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일지라도 남들 손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악역이 등장할 때마다 무고한 사람들이 수십만에서 수백만, 수천만까지 사망한 걸 생각해보면 골치 아픈 악역들이 자라나는 것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이었다.

‘몸을 지킬 정도만 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파밍을 시작해야 했다.

채굴 기술이 발달하면서 요 몇 년 사이에 게이트 유물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는데, 원작의 전개를 생각해보면 본격적인 것들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일선그룹의 게이트 채굴 기술 수준은 독보적인 1위였다.

괜히 세계를 지배하는 흑막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이나 일본 정부에서 일선그룹에 채굴 의뢰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일단 중국 쪽에 연락을 넣어봐야겠군.’

중국의 리쓰총 주석과 연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미국도 헤매는 기술이 게이트 채굴 기술인데,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역시 간절해하고 있었다.

원작에 나와 있지 않아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몇 년 전 중국은 일선그룹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다.

일선그룹 중국 공장에서 기술을 빼돌리려는 수작을 부렸었는데, 일선그룹은 바로 보복에 들어갔다.

국가 대 기업 싸움은 승패가 뻔했지만 일선그룹은 일반적인 기업이 아니었다.

‘소국이 일선에 대항해서 되겠느냐.’

외교부 관계자의 말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말을 망언이라 비웃지 못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경제가 휘청거리고 나서야 중국이 일선그룹을 다시는 건드리지 않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기업이었다.

그 광활한 중국 대륙에 게이트는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 깊숙한 곳에 많은 고수들을 배출한 유물이 잠들어 있었다.

수많은 트롤링으로 세계 멸망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 곳이기도 했다.

아무튼 이진우가 퇴장하고 난 이후의 이야기이니 아직은 보물에 대한 낌새조차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진우를 이용해서 검선의 집안에 그런 수작을 부렸겠지.

아마도 그들은 다음에 있을 국제 대회를 석권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진우는 생각을 정리하고 서재에서 나왔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잠재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으니 훈련량을 줄여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늦잠을 자도 되겠네.’

그러고 보니 이진우가 된 이후부터 늦잠을 잔 적이 없었다.

진우는 오랜만에 푹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푹신한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차가운 맥주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극장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TV가 빠르게 켜졌다.

편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서 고급 안주를 씹었다.

너무 너무 편해서 그냥 이대로 잠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사운드 또한 예술이었다. 극장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최강의 음질이 진우의 귀를 간지럽혔다.

마치 바로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

“크으! 이게 천국이지.”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곳일 것이다.

신체가 극한으로 활성화되니 미각이 훨씬 올라와 있었다.

진우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최고급 맥주의 환상적인 맛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토요일인데, 예능 뭐 안 하나?”

한 주를 마무리하는 즐거움이었다.

‘스타TV 통신’이 방송 중이었는데 한 주 간의 연예계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챙겨본 기억은 없었지만 나름 시간 때우기로는 괜찮았다.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자신이 알던 현실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코가 큰 영화배우 출신의 MC가 능숙하게 진행했고, 활기찬 리포터들이 나와서 스타들을 취재했다.

아는 얼굴들을 보니 상당히 반가웠다.

고향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미나 씨, 기사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명예와 희생, 그리고 책임이 아닐까요?]

[하하! 기사의 마음가짐을 잘 아시는군요. 요즘 기사 하면 떠오르는 분이 계신데요. 바로 최근에 최연소 기사로 임명된 최희연 씨입니다.]

“풉!”

MC의 말에 깜짝 놀라 맥주를 흘렸다.

갑자기 등장한 익숙한 이름 때문이었는데, 바로 검선의 손녀 최희연이었다.

편한 마음으로 보다가 갑자기 나오는 이름에 분위기가 확 깨어버렸다.

고향 친구를 만나러 왔는데 직장 상사를 맞닥뜨린 느낌이었다.

“음······.”

진우는 채널을 돌릴까 하다가 리모콘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희 스타TV 통신에서 최초로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와! 정말 기대되는데요?]

[네! 저도 너무 떨립니다! 지금 바로 만나보시지요!]

진우는 원작의 설정을 떠올려보았다.

기사 자격은 능력자로서 굉장히 명예로운 일이었다.

국가대표 후보의 자격을 얻을 수 있었고, 목숨을 걸어야 하긴 했지만 국제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기사를 선망하고 존경했는데, 실질적으로 삶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제 대회를 통해 게이트라는 거대한 자원의 보고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 차원으로나, 개인 차원으로나 아주 큰 이익이었다.

국민의 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참여하는데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기사 자격 시험은 굉장히 어려웠다.

극악한 난이도의 필기시험, 베테랑 기사들의 입관 하에 치러지는 실기 시험, 그리고 게이트 안의 최종 시험이 있었다.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는데, 통과는 더욱 그러했다.

특히 최종 시험의 생존율은 30% 이하에 불과했다.

예전에는 능력자라면 누구나 볼 수 있었지만 워낙 그 난이도가 극악무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에 이제는 B랭크 이상의 능력자만 지원할 수 있게 바뀌었다.

기사는 능력자 등급과는 별개로 새로운 계급을 부여받게 되는데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그리고 마스터였다.

그리고 소수의 정예만 들어갈 수 있는 레전드 등급이 있었다.

이들은 국제능력자협회의 기준에 따라 언제든지 승급 심사를 볼 수 있었지만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흔한 설정이지만 나름 재미있기는 했지.’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브론즈니 실버니 하는 것도 게임에서 따온 것이 분명했다.

진우도 예전에 즐겨했던 게임이었는데, 진우의 최대 티어는 실버3이었다. 게임에도 재능이 없던 진우였다.

‘기사도 연예인인가?’

원작 소설의 세계관에서는 스타들의 스타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기사를 만나보는 것조차 굉장히 힘이 드니 말이다.

아마도 신화 속 존재를 실제로 만나는 느낌일지도 몰랐다.

말하자면 기사는 국민적 차원의 영웅이었다.

‘음······.’

원작과는 달라진 점이 있었다.

최희연이 기사 자격을 따기는 했지만 그건 원작 초반에 언급되는 내용이었다.

원작보다 2년 전인 지금이라면 기사 시험에 도전하지 않았어야 했다.

자신이 무슨 영향이라도 미친 건가?

진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화면이 바뀌고 대선대학교가 나왔다.

대선대학교를 보니 왜인지 뿌듯했다.

어쨌든 모교였고 광활한 개인 활주로와 차고까지 딸려 있는 진우의 것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안녕하세요! 스타TV 통신의 귀염둥이 리포터 김소희입니다! 김명수 총장님의 특별 허가를 받아 촬영이 금지된 능력자 교육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 미지의 구역으로 향해 출발~!]

김명수 총장이 나름 신경을 써준 모양이었다.

저번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이 언론에 알려졌지만 대선대학교의 이미지 하락은 미미했다.

오히려 비리나 부정부패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결단으로 조금이라도 얽혀 있는 교직원, 학생들을 모조리 잘라버리니 오히려 투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여론이나 네티즌들의 반응도 좋아 전화위복인 셈이었다.

김명수 총장으로서도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린 일이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사는 게 더 지옥 같다는 말을 몸소 체험했을 것이었다.

대학교 전경을 잠시 보여주다가 능력자 교육관으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교육관 응접실에 미리 앉아 있는 리포터의 모습이 나왔다.

리포터는 과장스럽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꽤나 귀여운 모습이었고 덕분에 지루하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진우는 그러고 보니 최희연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대저택을 나온 이후 완전히 기억 속에서 지웠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제는 딱히 만날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서로 얼굴을 안 보는 게 서로를 위한 일일 것이었다.

[와! 꺄아악! 최희연 씨! 안녕하세요? 드디어 만나 뵙게 되었네요!]

[네, 안녕하세요?]

리포터가 호들갑스럽게 최희연을 맞이했다.

“오······.”

역시 히로인 중 한 명답게 최희연은 아름다웠다.

김세연이 순박하고 청순가련한 이미지였다면 최희연은 조금은 사납고 고집이 있어 보이는 듯한 인상이었다.

고양이 상이라고 말하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또한 마치 잘 벼려진 칼날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기사 정복이 너무나 잘 어울려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런 걸 보면 원작 작가는 정말로 다양한 타입의 히로인을 창조해냈다. 이 부분만큼은 조금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뭐,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니······.’

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3.검문최가(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