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vel’s Villain

< 12. The subordinates are doing too well (5) >

멀린은 눈을 부릅뜨며 진우를 바라보았다.

몸이 절로 움츠러들며 허리가 자동으로 굽혀졌다.

마법사는 때가 되면 왕을 알아본다고 한다.

멀린은 그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여겼지만, 오늘에서야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멀린은 심호흡을 하며 몸의 떨림을 멈추려 노력했다.

그는 마치 제왕을 앞에 둔 기사처럼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 태도가 저절로 정중해졌다.

‘음?’

진우는 웬 마법사 하나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눈을 부라리며 바라보자 조금 당황했다.

복장을 보면 영국의 왕실 쪽이 분명한데, 당연히 초면이었다. 애초에 영국 쪽과는 인연이 아예 없었다.

멀린이 정중한 태도로 용건을 말했다.

“마법에 몸을 담고 있는 윌리엄 멀린 킹스턴이라고 합니다. 무례한 줄은 알지만, 부디 이진우 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총지배인이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진우가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뒤로 물러났다.

윌리엄 멀린 킹스턴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어서였다.

멀린은 원작에서 이름만 나온 인물이었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유물을 찾아 사라졌다는 언급이 있었다.

그가 사라지자 그의 학파는 분열되었고, 유럽의 서클 마법사들은 몰락했다. 미국의 M 학파가 모든 마법사의 대표로서 군림하게 된 계기였다.

‘멀린이라···. 이름은 참 마법사답게 지은 것 같은데.’

이름만 본다면 대단히 비중이 있어야 했다.

중요한 인물로 설정해놓은 것 같았는데, 정작 비중은 없고 영국 마법사 몰락의 원인이라는 언급만 있을 뿐이었다.

‘진짜 마법사 같네.’

아무튼, 그는 이민우와 비견될 정도로 인물이 좋았다. 미중년은 딱 멀린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찬란한 금발과 중후한 인상이 무척이나 잘 어울려 영화 속의 마법사 같았다.

멀린은 진우에게 다가오더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이진우 님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윌리엄 멀린 킹스턴 경.”

“멀린이라 불러주십시오. 그저 흐름 앞에 순응하는 한낱 마법사에 불과합니다.”

멀린은 제법 유창하게 한국어를 잘했다.

한국이 능력자 강국이었기에 한국어를 아는 기사들은 꽤 많았다. 세계 공용어는 영어였지만 능력자들 세계에서는 그에 준한다고 할 수 있었다.

많은 이점이 있었다.

JW 게이트 같은 경우에는 한국어만 썼고, 한국의 다른 게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게이트 아티팩트 경매장이 한국에 있었고 한국어로만 진행되었다.

한국을 굉장히 띄워주는 요소이긴 했는데, 실제가 되니 굉장히 편했다.

“정말 맛있는 요리였습니다. 맛과 향기에 취해 길을 잃은 미아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동안 형식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진우에 대한 찬사가 대부분이었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 하지 않는 말들이었다.

윌리엄 멀린 킹스턴은 아부 같은 짓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오히려 독재자나 고위 인물들에게 날카로운 충고를 하던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대중들의 지지도가 대단했다.

멀린은 굉장히 초연하게 아부를 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이야기에 진우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총지배인마저 경청하면서 고개를 수차례 끄덕거릴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다. 총지배인은 감탄하며 메모까지 했다.

마치 동화 속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감성 또한 존재했다.

과연 유럽의 거대한 마법 학파를 이끄는 수장다웠다.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무례인 줄 압니다만,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멀린은 신음을 흘리더니 진중한 표정이 되었다. 마치 국가의 중대사를 앞에 둔 책사 같은 분위기였다.

“마지막에 나온 그 황금사과라 불리는 과일에 여쭙고 싶습니다.”

“네, JW 게이트에서 발견한 과일입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차원 상점에서 씨앗을 구매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따지고보면 JW 게이트에서 발견한 것이니까.

“혹시 판매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음, 워낙 희귀한지라···.”

전혀 희귀하지는 않았지만, 진우는 일단 그렇게 말했다.

‘맛있기는 하지.’

영국의 대마법사가 그것 때문에 체면 불고하고 찾아왔을까?

무슨 의중인지 궁금했다.

“그 고귀한 대마법사가···.”

“그 윌리엄 멀린 킹스턴 경께서 저런 태도라니.”

“대단하군.”

멀린은 진우의 앞에서 아주 정중한 모습이었다.

멀린은 고개를 숙이기 주저하지 않았다. 다른 기사들이 매우 놀라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멀린은 시선을 신경 쓸 여력이 되지 않았다. 진우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희망과 사명감, 그리고 간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진우는 그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껴 정보의 마안으로 살펴보았다.

레벨도 75였고, 능력자 랭크도 그 명성에 맞게 A였다. 능력자 랭크가 A이기는 하지만 마법사들은 실질적으로는 그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전략적 가치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국 최고의 마법사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스팩이었다.

‘음?’

진우는 눈을 깜빡였다.

놀라운 정보가 있었다.

[-E]멀린 학파의 가발

멀린 학파가 많은 예산과 시간을 쏟아부어 만든 최첨단 가발. 온갖 고위 술식으로 짜올려 잘 티가 나지 않는다.

*[-E]자연스러운 출렁임

‘음······.’

진우는 이 상황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인데 황금사과에는 분명 특별한 기능이 있었다.

뿌리가 튼튼하고 깊은 골든 트리가 만든 열매였다. 모근 강화와 모근 재생 효과가 있었다.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러는걸 보면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탈모약은 현대 판타지의 흔한 소재이긴 한데···.’

진우가 읽어본 소설에도 자주 나왔다. 탈모약이나 다이어트약, 피부미용약 같은 것들 말이다.

진우도 한때는 그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스트레스성 탈모와 남성 탈모가 겹쳐 머리가 숭숭 빠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대마법사라도 탈모는 피할 수 없는 건가?

진우는 좀 더 자세히 그를 살펴보았다.

[D+]서클 마법의 저주

‘모든 마법사는 둥그렇다. 그것이 서클이다.’

서클 마법의 저주라 불리는 현상.

그 저주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여 마법사가 숲에 은거하여 마녀가 되는 것도 이 현상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전 세계 서클 마법사의 전력이 크게 약화된 원인이다.

진우는 그 정보를 보고 멍해졌다.

아니었다.

대마법사라서 그러했다.

‘무슨 이런 미친 설정이···.’

그조차 처음 보는 설정이었다. 원작 작가는 도대체 왜 저런 설정을 했을까?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진우와 멀린이 아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진우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멀린이 사라진 이유가 어쩌면···.’

소원을 들어주는 유물을 찾아 먼 길을 떠난 마법사.

몰락의 원인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신비스럽고 낭만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그럴듯하게 언급했다.

그러나 그 이면은 굉장히 처절했다.

진우는 멀린의 눈빛에서 간절함을 읽을 수 있었다.

‘좋은 관계를 만들면 좋겠지. 어차피 너무 많아 버리려고 했던 것이니···.’

멀린과 그의 학파 정도면 군주를 상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넘쳐나는 황금사과를 대가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정말 남는 장사였다.

진우는 그를 바라보면서 미소지었다.

회사에 다닐 때 짓던 영업용 미소였는데, 매력 스탯이 하늘을 뚫고 있어서인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힐끔힐끔 진우를 보고 있던 희연이 시선을 한동안 고정하고 있을 정도였다.

기사조차 만나기 힘든 저 고귀한 대마법사와 대등하게, 아니, 오히려 우위에서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희연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가 오늘따라 유난히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진우는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시선이 없어지자 멀린도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진우는 일단 생색을 내기로 했다.

그래야 나중에 도움을 받는 데 유리했다.

“아시다시피 귀한 겁니다만···.”

“그렇겠지요. 가히 지고의 보물이라 칭할 만합니다.”

진우의 말에 멀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주 격하게 동의를 하고 있었다.

“멀린 경께서 부탁하신 것이니 노력해보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네, 하지만 특별한 열매이니 장담하지 못합니다.”

“이해합니다. 비용은 충분히 치르겠습니다.”

멀린은 모든 비용을 치를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학파의 모든 재산을 처분해서라도 말이다. 재산은 다시 모으면 되었다. 그러나 세상에 다시는 모을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진우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시는 대마법사님께 돈을 받을 수는 없지요. 괜찮습니다.”

“네? 그렇다면···.”

“다만 나중에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가지고 있는 걸 드리겠습니다.”

진우는 그렇게 말하며 아공간에서 황금사과가 든 상자 하나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귀한 황금사과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멀린의 눈이 크게 떠졌다.

멀린은 진우를 바라보았다. 진우는 전혀 아까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어떤 부자라도, 어떤 명예로운 자라도 무언가를 줄 때 탐욕이라는 감정을 내비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진우에게서는 그런 기색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멀린이 느낀 진우는 너무나도 어두웠다.

그렇기 때문인지 오히려 주변이 밝아 보였다.

‘한 발자국만 나아가면 소원을 이룰 수 있거늘, 무얼 망설인단 말인가.’

멀린은 눈을 감았다.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제 영혼을 걸고, 저와 제 학파에 속한 서클 마법사는 진우 님을 지지할 것입니다.”

멀린은 확신을 주기 위해 다소 센 말을 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말 할 필요는 없었지만 진우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역시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살아야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진우가 악수를 청하자 멀린은 진우의 손을 꼭 잡았다.

멀린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숙어졌다.

진우의 손을 잡는 순간 멀린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휩싸였다.

그것은 아주 묵직한 감정이었다.

휘이이익!

진우에게서 밀려드는 무언가가 그의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었다. 아래에서부터 점점 차오르더니 심장을 지나 머리끝까지 이르렀다.

이윽고 폭발했다.

황금빛이 그의 세상을 가득 채웠다.

‘아···!’

소원을 이뤘기 때문일까?

평생의 원한이라고 불렸던 저주로부터 해방이 되었기 때문일까?

그를 늘 옭아매었던 족쇄가 풀어지자 멀린은 비로소 자유를 느꼈다.

[윌리엄 멀린 킹스턴과의 계약에 성공하였습니다.]

‘음?’

갑자기 뜬금없는 정보가 올라왔다. 굉장히 생뚱맞은 소리였다.

진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윌리엄 멀린 킹스턴이 황금의 군주에게 소원을 대가로 영혼의 맹세를 하였습니다.]

[윌리엄 멀린 킹스턴이 ‘현자’로 전직하였습니다.]

[멀린 학파가 황금의 군주에게 영향을 받아 골든 위저드 학파로 변경되었습니다.]

[A+]현자(전직)

황금의 군주가 그의 소원을 들어주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소원을 이룬 대마법사는 비로소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어 현자가 되었다.

이제 만인은 그를 태양의 현자라 부르며 칭송할 것이다.

*서클 마법이 한 단계 상승한다.

*그의 영혼은 황금의 군주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마력이 황금의 군주를 닮은 찬란한 빛으로 물든다.

전직 기술

[B+]현자 타임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자유로운 사고로 판단할 수 있다.

지도력과 설득력, 마법의 위력, 시전 속도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

*지도력 200% 상승

*설득력 200% 상승

*시전 속도: 100% 상승

*마법 위력: 100% 상승

멀린이 뜬금없이 전직했다. 아무래도 황금의 군주가 가지는 영향력 때문인 것 같았다.

A랭크였던 멀린이 A+랭크가 되었다. 미국의 대마법사를 뛰어넘는 랭크였다.

‘이거 괜찮은 건가?’

진우는 그저 나중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뭔가 자꾸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저는 이 깨달음과 축복을 모든 서클 마법사에게 전할 의무가 있습니다. 조만간 또 찾아뵙겠습니다.”

“아···. 네.”

멀린은 황금사과를 아공간에 수납했다.

다시 한 번 진우에게 감사를 표하고 잠시 화장실에 들렸다가 영국 기사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음···. 조금 지치네.’

진우는 멀어져가는 멀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지치는 느낌을 받았다.

진우야말로 현자 타임이 강하게 왔다. 멀린의 얼굴에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기세가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굳은 기세를 품고 있는 눈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태양의 마법사 윌리엄 멀린 킹스턴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영국 기사 하나가 멀린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진우와 무슨 말씀을 나누셨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미래를 위한 이야기였네.”

“미래요?”

“그래, 희망찬 미래가 기다리고 있더군.”

기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멀린은 고개를 돌려 기사를 바라보았다.

“알렉스 경.”

“네!”

“이 자리에 없다고 존함을 막 부르지는 말게나. 기사는 항상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하네.”

“네! 죄송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멀린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밝군.”

그는 다시 한번 기적을 보았다.

밝은 미래가 빼곡하게 차오르고 있었다.

미래는 그야말로 참 밝았다.

‘그리고 어두워.’

그러나 정수리와 광활한 이마는 어두울수록 좋았다.

그것은 찬란한 어둠이었다.

서클 마법사가 흑마법에 빠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할 일이 많았다.

흑마법에 빠진 그녀의 파벌을 설득하고 전 유럽을 통합시켜야 했다.

많은 일들 속에서 비공식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참가한 이들 모두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JW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류웨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굴욕과 수치심으로 인해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당의 고위간부의 아들로 태어나 남에게 고개를 쉽게 숙인 적이 없던 남자였다. 중화인민의 전사, 그러니까 기사가 되고 남다른 실력으로 제3 기사단, 그리고 칠룡회에 입단하니 무서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곧 단장이 되고, 더 나아가 열등한 인민들을 이끌 위대한 영도자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능력자가 정치계에 들어가는 것은 금기이기는 하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의 영웅이 그런 걸 신경이나 쓸까?

“제기랄!”

대사부마저도 고개를 저었고, 자신에게 늘 호의를 표하던 친한 사업가들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모두 그 악랄한 이진우와의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서겠지.

칠룡회에서도 제명을 당할 처지였다. 제명만 당한다면 다행이었다.

이진우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기사 자격까지 박탈당할 위기였다.

류웨이는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반전을 노려야 했다.

이렇게 몰락할 수는 없었다.

“으득!”

류웨이는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스네이크 실드 길드 연맹의 맹주 흑사였다.

[마음을 정하셨습니까?]

“간절함이 기적을 일으킨다고 했던가?”

[네, 맞습니다.]

“계획은?”

류웨이의 물음에 핸드폰 너머로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류웨이는 그의 계획을 들었다. 이번 JW 게이트 비공식 행사에 일본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노골적인 개무시였다.

모두 이진우 때문이었다.

류웨이는 흑사의 계획을 들을수록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인원과 전력이 부족하지만 칠룡회의 지원을 받는다면 가능했다.

[생각해보십시오. 분해와 해독 기술의 가치를! 충분히 일을 벌일 만합니다. 처음에는 힘들긴 하겠지만, 일선 그룹, 그리고 이진우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확실한 길입니다. 중국과 일본이 언제까지 일선 그룹의 눈치를 봐야 합니까?]

“음···.”

[저희 쪽 정보에 따르면 분해 방지와 해독을 해주는 고위급 유물이라고 하더군요. 그 유물을 분석하고 있는 연구원의 정보도 확보한 상태입니다.]

“정보원이 있었나? 그 G&P에 심어놓다니 대단하군.”

[운이 좋았습니다.]

류웨이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JW 게이트에서 본 기술은 하나같이 기적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했다.

분해 방지와 해독!

그 기술을 온전히 빼돌려 본국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국제 정세를 새롭게 재편할지도 몰랐다.

더 나아가 모든 국가가 ‘중화 능선’으로 참여하게 될 수도 있었다.

“연락하겠다.”

류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민의 영웅이 되어 당당히 귀환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류웨이는 조심스럽게 칠룡회에 연락을 했다. 간절함을 담아 모든 정보를 토해내고 설명을 했다.

[검토해보겠다. 기다려라]

칠룡회의 답변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류웨이는 초조하게 기다리며 손톱을 씹어댔다. 칠룡회가 허가를 하지 않는다면 류웨이는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야 했다. 기사 자격을 박탈당하고서 2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감당할 수 없었다.

어쩌면 능력자 처벌소로 끌려가 평생 노동만 할 수도 있었다. 이진우라면 그런 악랄한 짓을 벌이고도 남을 놈이었다.

그가 몸을 떨고 있을 때 은밀하게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시켜라. 우리 쪽과 연이 있는 리그 길드를 지원해주마.]

“가,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너는 본국으로 귀환할 때까지 배신자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칠룡회의 간부가 될 것이다.]

“영광입니다!”

칠룡회 입장에서는 성공해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었다. 류웨이에 대한 추방 절차를 이미 다 마쳐놓았다.

개인적인 원한으로 인한 일이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었다.

‘일선 그룹이 움직이기 전에 치고 빠지면 돼.’

이진우에게 복수할 기회였다.

그의 열 받은 표정을 단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잠이 아주 잘 올 것 같았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한 번만 성공시키면 된다.

딱 한 번만!

그 한 번이 운명을 바꿀 것이다!

< 12.부하가 일을 너무 잘함(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