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vel’s Villain

< 13. Your Own Revenge (3) >

진우는 차에 올랐다.

진우가 탄 단 한 대의 차량만이 한신 빌딩으로 향했다. 평소에 진우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신 빌딩의 주변은 모두 봉쇄되었다. 한신 빌딩에 도착해 총지배인이 문을 열어주자 진우가 차에서 내렸다.

진우는 빌딩으로 다가갔다. 마치 쇼핑이라도 나온 듯한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체구가 큰 사내들이 빌딩의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금풍 길드의 관계자로 상당한 능력을 지닌 능력자들이었다. 그러나 정보의 마안으로 확인할 가치조차 없었다.

진우가 다가오자 사내들이 앞으로 나오며 손을 뻗어 제지했다.

“이, 이진우?”

“머, 멈추십시오. 리그 길드 관계자 외에는 출입···.”

퍼억!

사내의 머리가 바닥에 찍혔다. 어느새 나타난 검은 존재가 그의 머리를 찍어 누르고 있었다.

“무슨···. 커헉!”

옆에 있던 사내는 당황하며 반격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끼리리릭! 쾅!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와 함께 철퇴가 작렬했다. 머리가 꺾이더니 그대로 바닥에 꽂혔다.

둘 다 부르르 몸을 떨며 기절했다.

스륵!

그들의 몸이 진우가 가는 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옆으로 치워졌다.

“문이 너무 초라하고 작군요.”

주인님께서 들어가시기에 문이 너무 초라했다.

총지배인이 손을 뻗자 빌딩의 문, 아니 문이 있는 벽면 전체가 쩌적하고 갈라지더니 안으로 푹 꺼지며 날아갔다.

빌딩의 앞면이 휑하게 뚫려 버렸다.

확실히 들어가기 편해진 것 같았다. 흉하지 않게 깔끔하게 뜯겨 나가 아주 시원하게 느껴졌다.

“마음에 드십니까?”

“나쁘진 않군.”

진우는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밟는 길은 유리 조각이나 쇳조각 없이 깨끗했다.

빌딩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그의 뒤에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수많은 검은 존재가 나타났다.

그들은 진우의 곁에서는 너무나 정중했다.

행여 방해될 까봐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었다. 검은 존재가 마치 진우의 그림자라도 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금풍 길드의 깃발이 여기저기 달려있었다.

한국 능력자리그(KPL) 1부 리그 길드로서 중위권에 드는 인기 길드였다. 중국 자본과 중국인 구단주, 한국 선수가 섞인 특이한 곳이었다. 그런 길드가 습격에 가담했으니 경호팀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금풍 길드의 깃발은 어느새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검은 존재들은 진우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길드 사무실은 능력자 법이 적용되는 구역이었다.

능력자 관련해 많은 협상이 오갔기에 그렇게 제정되었다. 일반인들도 능력자 법에 적용이 되는 특이한 지역이었다.

금풍 길드의 길드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법무팀 관계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엄청나게 당황한 눈치였다.

저들이 진우의 얼굴을 모를 리 없었다.

법무팀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눈치를 봤다.

“지, 진정하시고···. 오,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맞습니다. 오,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이야기를 잠시 나누시지요.”

관계자도 그렇게 말했다.

“오해라···.”

진우는 그 말에 고개를 설레 저었다. 가당치도 않은 오리발을 내밀려고 하고 있었다.

“컥!”

“윽! 사, 살려···.”

진우의 뒤에서 뿜어져 나간 쇠사슬 달린 낫이 그들의 목을 옭아맸다. 둘은 쓰러지면서 바닥에서 벌레처럼 버둥거렸다.

총지배인은 한심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주인님께서는 오해 따위 하지 않으신다. 감히 주인님을 모욕하다니···.”

휘릭!

처참하게 바닥에 끌리다가 그대로 밖으로 튕겨 나갔다. 마치 쓰레기가 버려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리그 길드의 능력자들은 당황했다. 설마 이 정도로 막 나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절차가 있었다.

협회의 허가가 내려지고, 수사대와 동행하여 수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였다. 아무리 빨리도 하루는 걸렸다. 법적인 허점을 파고들면 그 이상의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JW 게이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진우가 그들보다 더 악독해질 수 있음을 알지 못했다.

“무, 무슨 짓입니까? 이러고도 혀, 협회가···! 억! 끄아악!”

그렇게 말한 사내의 무릎이 자동으로 꿇려졌다.

무릎이 사라져 두 번 다시는 펴질 수 없었다.

“미, 미친!”

“저, 전쟁을 하자는 건가?”

리그 길드원들은 주춤거렸다.

전쟁이라고 말하기는 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일방적인 유린과 학살이었다.

진우는 몰려온 이들을 살펴보았다.

리그 길드원들뿐만 아니라 정체를 숨기고 있기는 하지만 스네이크 실드 연맹의 관계자들도 자리해 있었다.

모두 보기 좋게 모여있었다.

스네이크 실드 연맹의 간부 하나가 진우의 시선을 받자 긴장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혀, 협회의 처벌이 두렵지 않습니까? 느, 능력자 보호법에 따라 보호 권리를 청구···.”

퍽!

말하고 있던 사내의 얼굴이 꺾이더니 바닥에 자빠졌다.

“네놈이 짖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총지배인은 그를 내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리그 길드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를 살폈다. 총지배인이 손짓하자 검은 존재 중 하나가 기괴하게 움직이며 리그 길드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륵, 그륵!

그가 움직일 때마다 쇠사슬과 날붙이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이 기이하게 꺾이며 리그 길드원의 냄새를 맡았다. 리그 길드원은 압도적인 공포에 몸을 부르르 떨며 제대로 된 상황판단을 하지 못했다.

끼륵끼륵!

기괴하게 비틀리던 몸이 리그 길드원 앞에 멈추었다. 덩치가 큰 사내였는데, 금풍 길드의 리그 복장을 하고 있었다.

검은 존재는 품에서 피 묻은 하얀 천을 꺼냈다. 가면에 가까이 가져다 대어 맡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에 리그 길드원들이 뒤로 주춤 물러났다.

[혈향의 마력이 일치합니다.]

경호원들의 피에 함유된 마력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있는 놈들이 흉수였다. 정체를 숨기려고 노력은 했으나, 검은 존재의 코를 피해 가지 못했다. 피와 살육에 있어서 도가 튼 전문가들이었다. 정부 기관마저 포기한 최악의 악당들이었다.

진우는 리그 길드원들을 바라보았다.

“네놈들이었군.”

진우의 목소리는 너무나 차가웠다. 진우는 드디어 웃을 수 있었다. 리그 길드원들이 몸을 흠칫 떨었다.

범인들이었다.

1부 리그의 능력자답게 C랭크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고, 공격해!”

“으아아아!”

진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며 달려드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총지배인은 움직이지 않고 진우의 뒤에서 서 있었다.

리그 길드가 쓰는 무기는 나름 랭크가 있는 것들이었다. 능력도 나쁘지 않았다. 괜히 C랭크가 아니었다. 그러나 진우에게는 닿을 수조차 없었다.

데스나이트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진우의 주변에서 빛이 몰아쳤다.

“어?”

“응?”

달려드는 리그 길드원이 우뚝 멈추었다. 몸이 마치 마비라도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진우가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릴 때였다.

퍼석! 푸시시!

갑옷과 무기가 박살 나더니 피가 솟구쳤다.

숨을 헐떡이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주변에 있던 다른 이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무기를 꺼내 들었지만 덤빌 생각을 하지 못했다.

텅! 텅! 차르륵!

검은 옷자락 밑으로 피 묻은 철퇴가 떨어져 내렸다.

그르르륵!

날붙이가 갈리는 소리가 끔찍하게 울려 퍼졌다.

모두 진우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목숨은 붙여놔.”

진우의 명령에 검은 존재들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그 길드원들은 눈알을 굴리다가 이를 악물었다.

눈앞에 있는 이진우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악마···!’

‘괴물이야!’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 파악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최근에 파악한 이진우의 모습은 막 나가기는 해도 아슬아슬하게 선은 지키는 인물이었다. 일선 그룹 후계자 자리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다 죽게 생겼다. 아니,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마, 막아!”

“오, 올라가지 못하게 해!”

리그 길드원 중에서 주력 멤버인 사내가 외쳤다.

연예인을 방불케 할 정도로 상당한 인지도가 있었지만, 어차피 오늘부터 없어질 이름이었다.

다급히 능력을 펼치며 막으려 했다.

“시, 실드···!”

퍽!

육중한 철퇴가 실드 마법을 깨부수고 얼굴 옆에 꽂혔다. 그대로 공중에서 몇 바퀴 돌면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부르르!

관절이 꺾이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있지만 죽지는 않았다.

진우의 명령대로 검은 존재가 응급조치해놓아 목숨을 이어놓았기 때문이다.

저들에게는 죽음보다 끔찍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존재 하나가 진우의 옆에 나타났다.

그림자에서 솟아나듯이 나타났는데, 보랏빛 기운이 일렁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악해 보였다.

[주인님, 김세연, 김찬영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안내해.”

검은 존재가 앞서나가며 진우를 안내했다. “으아아!”

능력자들이 진우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중하위권 팀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1부 리그의 길드라서 그런지 의지력은 칭찬해 줄만 했다.

진우가 직접 움직일 필요는 전혀 없었다.

“컥!”

“크아악!”

진우가 가는 길은 이미 치워져 있었다.

바닥에 쓰려져 있던 능력자 하나가 숨을 헐떡였다. 그럭저럭 맷집이 강한 능력자였다.

“리, 리그 길드를 이렇게 만들고도···. 이, 이러고도 그냥 넘어갈 것 같아? 저, 정식으로 하, 항의한, 할 것···. 히이익!”

그의 얼굴에 철퇴가 내려꽂히려는 순간 진우가 제지했다.

철퇴가 그의 이마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그의 턱이 덜덜 떨렸다.

바지가 축축하게 물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역겨운 냄새가 감히 진우에게 닿지 않도록, 검은 존재가 그곳을 불태워버렸다.

너무나 깔끔한 소각이었다.

“끄, 끄아아악!”

진우는 그를 바라보았다.

이들은 얼마를 받고 움직였을까? 명예와 자존심을 모두 버릴 정도로 그 금액이 컸던 걸까?

“얼마를 받았지?”

“무, 무슨···.”

“겨우 푼돈을 받고 움직이는 놈들이 그 잘난 리그 길드라면···.”

진우의 시선에 고통에 몸부림치던 사내가 그대로 얼어버렸다.

“내가 사들이는 것도 괜찮겠군.”

사내는 옆으로 치워졌다.

바닥에 쓰러진 다른 이들과 똑같이 몸이 구겨지며 아무렇게나 처박혔다.

리그 길드가 항의한다면 리그 길드를 사들이면 된다.

보복할 수단은 너무나도 많았다.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 정도였다.

진우는 열등감에 허우적거리다가 파멸한 이진우와는 달랐다. 주인공처럼 위기와 고통을 웃어넘길 정도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용하여 철저하게 상대를 박살 낼 것이다.

진우가 이 막장 세계에서 사는 법이었다.

* * *

금풍 길드의 사무실은 원래 사람들로 붐볐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우 한적했다. 금풍 길드는 자산을 처분하고 도피 절차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아늑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었다. 국적은 물론, 좋은 직위까지 얻을 수 있었다. 명예직이기는 하지만 준기사급의 직위 정도는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명예와 돈이 잡힐 듯 눈앞에 보였다.

세연은 덜덜 떨었다.

그녀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너무나 섬뜩했다.

혀가 뱀처럼 길었고, 두 동공은 독사처럼 길게 찢어져 있었다. 스네이크 실드 연맹의 맹주, 흑사였다.

흑사의 옆에는 금풍 길드의 주장, 준원이 초조한 기색으로 서 있었다.

“끄, 끄윽···.”

김찬영은 이미 넝마가 된 상태였다. 고문이란 고문은 다 받았는지 너무나 처참했다. 독까지 중독되어 회생 가능성은 없었다.

짝!

세연의 얼굴이 돌아갔다. 입가에 피가 주르륵 흘렀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해제해라.”

“으, 으윽···.”

“의지력이 상당히 강하군.”

흑사는 세연을 보며 감탄했다. 상당한 고통을 주는 독과 의지력을 흩트려놓는 독까지 썼다. 거기에 약하기는 하지만 최면까지 걸어놓았다.

그러나 세연은 몸을 덜덜 떨면서도 거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작업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독을 좀 더 써라.”

“흠···. 그럼, 완전 폐인이 될 터인데. 뭐, 어쩔 수 없지요.”

금풍 길드의 주장, 준원의 말에 독사가 그렇게 말했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세연이 해놓은 이중 보안 덕분에 시간이 지금까지 지체되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고용량 저장장치에는 세연이 데이터화한 자료가 들어있었다.

패턴과 마력파장을 분석하여, 그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아티팩트를 만드는 것은 최첨단 기술이었다. 막대한 자본과 재료가 들어가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러나 이 기술의 가치를 볼 때 돈 따위는 아깝지 않았다.

‘넘겨 줘서는 안 돼.’

세연은 그렇게 다짐하면서 보안 해제 속도를 늦추려고 노력했다. 머릿속이 멍해졌을 때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간신히 정신을 붙잡으며 덜덜 떨리는 손을 멈추려 했다.

G&P의 자산이었다.

해독과 분해를 막아준다는 아름다운 보석.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유물이었고, 세계를 바꿀 기술이었다.

세연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은 모두 자신 때문이었다.

이진우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은혜를 갚고 싶었다. 그러나 민폐를 넘어 커다란 손해를 끼치고 있을 뿐이었다.

준원은 손톱을 씹으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빨리 어떻게든 해 봐!”

“알겠습니다.”

“연락이 끊겼어! 지금 한국을 당장 떠야 해.”

“이곳은 찾아내지 못할 겁니다. 방비도 해놓았으니···.”

그렇게 말하는 흑사의 표정도 굳었다.

그 역시 초조한 기색이 가득했다.

너무나 일이 잘 풀려 이상하게 느껴졌다.

흑사는 세연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았다. 그리고 입을 벌려 그녀의 목을 물었다.

“꺄악!”

흑사의 송곳니에서 독이 흘러나와 그녀의 몸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그녀의 눈빛이 흐려졌다.

‘아쉽군.’

흑사는 혀를 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흑사가 보기에도 아까운 인재였다. 그녀의 능력을 활용한다면 막대한 부를 거머쥘 수 있었다.

세연의 눈빛이 멍해졌다.

그녀의 손이 움직이며 천천히 보안 코드 해제를 시작했다.

“빨리해!”

준원은 극도의 불안을 느꼈다.

C+급 능력자인 그의 예감은 높은 확률로 정확했다.

준원은 빠르게 보안 해제가 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했다.

흑사도 마찬가지였다.

음모를 꾸미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초조하고 겁이 나는 걸까? 계획대로 척척 진행되고 있는데 왜 이리 불안한 걸까?

“크흠, 이 일만 끝나면 준원님은 일본에서 준기사급 대우를 받으실 겁니다.”

“자네도 출세하겠지.”

“칠룡회와 큰 인연이 생기는 일이니 아마···.”

흑사가 겨우 웃으며 말하고 있을 때였다. [찾았다. 찾았어. 벗길까?]

[아니, 주인님께서 직접 오신다. 직접···.]

[운이 좋군. 흐, 흐흐흐흐]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쇠를 긁는 소리처럼 들렸다.

준원은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뭐, 뭐야. 무슨 소리야!”

“기, 기척은 없었습니다. 뭐, 뭔가···.”

흑사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섬뜩한 목소리는 마치 문틈을 파고들어 온 바람 같은 느낌이었다.

해제가 완료되었다.

참으로 길었던 시간이었다.

흑사는 해제가 완료되자 빠르게 전송 버튼을 눌렀다. 워낙 대용량이라 꽤 시간을 잡아먹었다.

퉁! 두드드!

바닥이 울렸다.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흑사는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준원이 길드의 능력자들을 바라보자 능력자들은 저마다 마력을 끌어올리며 문으로 다가갔다.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퍼엉!

“컥!”

“으악!”

문이 박살 나며 문과 함께 능력자들이 쭉 날아가더니 창문을 뚫고 밑으로 떨어졌다.

살짝 손을 뻗고 있는 노인이 보였다. 하얀 장갑은 그 어떤 더러움도 묻어 있지 않았다. 단정한 모습의 복장은 집사 그 자체였다.

흑사는 그를 보자마자 몸을 덜덜 떨었다.

‘초, 총지배인···?!’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게이트 안에서 나오지 않는 총지배인이 눈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검은 복장과 기괴한 가면을 쓰고 있는 무리들이 어느새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총지배인은 공손히 옆으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흑사와 준원은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사내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엄청난 압박감에 숨을 쉬기 힘들었다.

“이진우···.”

세상에서 가장 만나기 힘들다는 이진우가 눈앞에 나타났다.

< 13.복수는 나만의 것(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