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vel’s Villain

< 40. Race of Delivery (4) >

미궁의 요즘 관심사는 애완동물이었다.

작고 귀여운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었다. 허영과 아리나에게 말했는데, 미궁을 대놓고 무시했다. 책임감이 전혀 없고 일이라고는 게임이랑 바닥을 굴러다니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미궁이 애완동물을 잘 키울 리 없다면서 말이다.

“키울 거임!”

“퍽이나 잘 키우겠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으… 허영 나쁨.”

허영이 비웃자 미궁은 오기가 생겼다. 다른 황금의 여성회 회원들도 반응이 대부분 비슷했다. 미궁이 누군가를 보살피는 건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뒤늦게 들어와 잡일을 도맡아 하는 막내인 최희연만이 진지하게 들어줄 뿐이었다.

최희연은 미궁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거의 없어 미궁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럼 유기동물 보호소에 가보는 건 어떤가요? 주인에게 버려진 애완동물들이 있을 거예요.”

“오!”

미궁의 눈이 커졌다.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최희연을 바라보았다.

“가고 싶음.”

“네? 저랑요?”

미궁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희연은 미궁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니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

결국, 최희연이 같이 가기로 했다.

최희연은 진우에게 연락해서 허락을 받았다. 진우는 딱히 관심이 없어 알아서 하라는 말만 했을 뿐이었지만 미궁은 굉장히 좋아했다. 진우가 허락했으니 누구도 방해할 수 없었다.

“미궁 님, 지구에 가본 적 있으신가요?”

“문화센터에만 있었음.”

“그렇군요. 그럼 저만 믿으세요!”

“오! 대단함.”

최희연은 미궁과 함께 지구로 나왔다.

지구에서는 유명인이다 보니 변장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희연은 의젓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떨리는 손으로 조작해서 보호소의 위치를 찾으려 했다.

“저기임!”

“아… 네!”

그러나 미궁이 훨씬 빨랐다. 대중교통도 훨씬 잘 이용했다. 미궁은 지하철에서 헤매는 최희연을 바라보다가 살짝 한숨을 쉬더니 대신 표를 끊어주었다.

“자, 잘 아시네요?”

“드라마에서 봄.”

“아…”

“귀하게 자랐나봄?”

“…그건 아닌데…”

최희연은 할 말이 없었다. 오히려 최희연이 미궁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미궁은 최희연이 길을 잃을까 걱정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순조롭게 유기동물 보호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호소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있었다. 개와 고양이부터 새, 뱀, 거북이, 도마뱀까지 다양했다. 미궁은 동물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 고통을 느끼고 있었고, 슬퍼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꼬리가 잘려 있는 푸른 뱀과, 한쪽 눈이 없는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둘 다 삶의 의욕을 잃고 곧 죽을 것 같이 위태로웠다.

“나도 비슷했음.”

“그래요?”

“가족이 생겨서 좋음.”

미궁은 한참 동안 푸른 뱀과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신기하게도 동물들이 미궁에게 다가왔다.

미궁은 고양이, 푸른 뱀, 작은 거북이와 새를 분양받았다. 거북이도 등껍질이 많이 파손되어 있었고, 새는 양쪽 날개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치료해 주겠음!”

성소로 돌아온 미궁은 동물들을 바라보다가 권능을 이용해 부족한 부분을 달아주었다.

고양이는 붉은 눈이 생겼고, 거북이는 단단한 등껍질이 생겼다. 푸른 뱀은 지느러미 같은 꼬리가 생겼다. 새는 커다란 날개를 달아주었다.

고양이는 야옹이, 푸른 뱀은 미미, 거북이는 묵직이, 새는 찍순이로 이름 지었다. 최희연과 함께 많은 시간을 고민한 결과였다.

“와!”

동물들은 미궁을 졸래졸래 따라다녔다.

미궁은 동물들과 놀다가 문득 진우가 생각났다. 진우에게 새로운 친구들을 자랑하고 싶었다.

진우가 자신을 거둬준 것처럼, 자신도 새로운 친구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고양이가 미궁의 어깨 위로 올라왔고 새가 머리 위에 앉았다. 뱀이 목을 휘감았다. 미궁은 두 손으로 거북이를 들었다.

일단 아리나에게 달려갔다.

“이거 보셈! 멋짐?”

“그래, 잘 키워. 나한테 넘기면 안 된다.”

아리나는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허영도 마찬가지였다. 유나는 평소처럼 늘 바빴다. 아르카나는 무협 세계로 가고 없었다. 루나도 중앙통제실에 있었다.

“나 진우에게 자랑하러 갈거임.”

“그래, 그…”

미궁이 포탈을 타고 사라지자 아리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곧 괜찮겠지 하면서 신경을 껐다.

미궁은 진우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무협 세계는 처음이라 그런지 포탈 좌표가 조금 어긋났다. 금호 주변에 있는 산에 도착했다.

미궁은 잠시 거북이를 내려놓고 다시 포탈을 열려고 했다.

스르륵!

그때 미궁의 몸에 있던 동물들도 땅바닥에 내려오더니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

미궁은 눈을 깜빡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동물들은 아주 작았는데, 다시 보니 두 배 이상 커져 있었다. 특히 고양이는 굉장히 늠름하게 느껴졌다. 고양이가 아니라 작은 호랑이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뱀은 작은 연못을 헤엄쳐 다녔고 거북이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새는 이리저리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모두들 여기가 마음에 든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미궁은 그 자리에 앉아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진우에게 혼날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앉아서 고민하다 보니 하루가 흘렀는데, 동물들은 훨씬 더 커져 있었다.

“큰일임.”

성소로 데려가자니 아리나에게 혼날 것 같았다. 허영이 비웃을 게 분명했다. 이제는 너무 커져 버려 숨길 수도 없었다.

결국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미궁은 성소로 몰래 돌아왔다. 그리고 뒷정리 중인 최희연을 은밀하게 불렀다.

“희연.”

“네?”

“도움!”

“도와달라고요?”

최희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미궁에게 다가갔다. 미궁이 희연의 손을 잡고는 포탈을 넘었다.

“여긴 무협 세계네요?”

금호 주변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금호산은 독특한 풍경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최희연이 무슨 일이냐는 듯 미궁을 바라보았다. 미궁은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살짝 손짓했다.

드드드드!

바닥이 울렸다. 최희연이 화들짝 놀라며 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바닥을 뚫고 올라온 것은 집채만 한 거북이었다. 바위 같은 등껍질이 보이자 최희연은 그 거북이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미궁이 달아준 등껍질이기 때문이었다.

“무, 묵직이?”

어흥!

뒤에서 공기를 울리는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나무를 무참하게 부수며 거대한 호랑이가 나타났다. 묵직이 보다는 작았지만 일반 호랑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컸다.

하얀 털에 아름답게 나 있는 검은 줄무늬, 그리고 보석 같은 붉은 눈동자가 보였다.

“야옹이?!”

스르르르르!

뒤에 있는 연못에서 거품이 일더니 무언가 튀어나왔다. 아나콘다보다 훨씬 더 커다란 뱀이었다. 뱀이 아니라 용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반짝이는 푸른 비늘이 인상적이었다. 녹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푸른색으로 보이기도 했다.

꼬리 끝에는 지느러미가 달려 있었고, 입에 돌 같은 걸 물고 있었다.

“…미미?”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휘이이이!

최희연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붉은 날개를 펼치며 하늘을 배회하는 새가 보였다.

“찍순이…”

묵직이, 야옹이, 미미, 찍순이였다. 모두 거대하게 변해 있었다. 외모도 변해 있었는데, 동양풍의 느낌이었다.

최희연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동물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떡함?”

“…그, 그러게요. 어떡하죠?”

미궁의 물음에 최희연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녀도 어느새 공범이 되어 있었다. 미궁과 최희연의 고민이 깊어져 갔다.

* * *

진우는 각 차원을 돌아다니며 일손을 뽑고 무협 세계로 보냈다. 총지배인에게 보냈으니 적재적소에 배치되었을 것이다. 덕분에 금호의 사업은 안정궤도에 들어갔고, 빠르게 확장되고 있었다.

엘프들도 무협 세계로 많이 진출했다.

엘프들이 강력하게 자신감을 보인 상품은 엘론티에서 생산되는 닭으로 만든 치킨이었다. 이미 문화센터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는데, 일단 치킨이 엄청 컸다. 타조만 했다. 그리고 맛이 환상적이었다.

엘프들의 주식이 치킨이다 보니 장인들이 엄청난 연구를 했는데, 그 결과 정령의 마약 바비큐치킨이라는 걸작이 탄생했다.

[B+]정령의 마약 바베큐치킨

엘프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바비큐치킨.

그 요리법은 다음과 같다.

1. 숲에 방목해 놓은 닭을 잡는다. 닭을 잡을 때는 날붙이를 쓰지 않고 오로지 정령 마법을 이용해 잡는다. 이렇게 잡은 닭의 영혼은 숲에 깃들어 닭의 정령으로 재탄생된다.

2. 잘 손질한 후, 상급 물의 정령이 만든 정령수에 이틀 동안 재워놓는다. 이때, 황금 사과와 오크들이 재배한 야채, 엘론티 특산 찻잎을 갈아 넣는다.

3. 정령수에서 꺼내 세계수 송진을 골고루 바르고 상급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잘 말린다. 갈색 빛깔이 바람에 말라 황금빛으로 바뀌면 세계수 잎으로 잘 싸맨다.

4. 상급 불의 정령을 이용하여 서서히 익힌다.

5. 다크 엘프들이 권능을 이용해 만든 ‘마약 양념’을 발라 마무리한 후 포장한다.

*오크들이 만든 탄산수, 치킨무와 곁들여 먹으면 꿀맛!

굉장한 정성이 느껴져 무협 세계로의 진출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무협 세계 쪽에서도 닭고기는 평범한 식재료이니 큰 상관은 없었다. 햄버거집과 한정식집 마저 있는데 치킨집은 오히려 평범했다.

치킨이 맛있는 건 전 차원을 관통하는 진리였다. 금호를 상징하는 신성한 음식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금호의 상권을 중심으로 황금문이라는 세력이 탄생하였다. 문파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총지배인을 중심으로 지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세웠는데, 어쩌다 보니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그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구파일방은 서로 사이가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내부적으로 정치 싸움이 늘 치열했다. 원작에서는 화산파와 무당파의 갈등이 있었는데, 금호가 명소로 떠오르면서 조금은 특이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짜장면파와 짬뽕파가 갈렸고, 부먹파와 찍먹파가 대립했다.

청룡회를 중심으로 젊은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특히 심했다. 장로들도 모여서 논검을 하는 것처럼 토론을 했다.

‘국물양념과 건더기의 조화는 음양과 같으니, 조화롭게 부어 먹어야 이치에 맞다.’

무당파의 제자들은 부먹을 주장했다.

‘화산의 검이 변화무쌍한 것처럼 맛 또한 그러하다. 한가지 맛에 가두는 것은 검을 검집에 넣는 것과 같다. 찍어 먹는 것이야말로 검집을 떠난 검. 즉, 예측 불가능한 가능성이고 우주의 진리이다.’

화산파의 제자들은 찍먹을 주장했다.

‘국물양념이 탕수육이고, 건더기 또한 탕수육이다. 탕수육은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니 구태여 둘로 나눌 필요가 없다.’

보다 못한 소림이 중재했다.

‘뭐… 그래도 원작보다는 나은 상황인가.’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세가는 여전히 잘 나갔고, 구파일방은 아직까지 큰 충돌이 없었다. 오히려 찍먹, 부먹 대립 쪽으로 논쟁이 붙어 정신력을 소모한 덕분에 무력충돌까지 일어나지는 않았다. 의도한 바는 절대 아니었지만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진우는 이제는 본거지가 된 화란의 객잔에서 향후 방침을 정하고 있었다. 역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존재는 군주였다. 무협 세계에도 군주가 존재했다. 마신의 영향으로 군주가 된 것이 아닌, 무협 세계에서 독자적으로 군주에 오른 인물이었다.

어찌 보면 뻔했다.

누구나 예상이 가능한 인물이었다.

‘천마지존.’

최고의 고수였다.

그는 수많은 고수들을 녹여 만든 혈마단으로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원작이 시작될 시기가 바로 혈마단을 채집할 때였다.

사람의 몸으로 군주에 오른 절대자였다. 구파일방, 사파를 통틀어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무력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답게 권모술수에도 능했다. 주인공이 개처발린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원작 작가가 파워 밸런스 조절을 하려고 주인공의 힘을 없앤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 주인공이 또다시 힘을 잃고 무공을 배웠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

‘뭐, 인간의 몸으로 군주에 오른 건 대단한 거지.’

진우는 특수한 경우였고, 총지배인 정도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천마지존 같은 경우에는 뛰어난 재능도 있었지만 수천 년 살아온 세월 덕분에 군주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총지배인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다른 군주에 비하면 쉽지.’

진우가 서두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파워 밸런스고 뭐고 간에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천마지존이 감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진우는 옆에 서 있는 유나를 바라보았다. 유나도 무협 세계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상당히 잘 어울렸다.

“김영훈은 뭐 하고 있지?”

“일본 정치인들을 장악하고, 차원제일교를 창시했다고 합니다. 그쪽에 소질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군.”

“그쪽 상황은 신기하게 잘 풀리더군요. 지원을 해 줄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주인공 보정이 나타난 것 같았다.

주인공답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재능이 있었다. 그게 사이비 교주로 나타난 것 같았지만 나름대로 착실하게 살고 있으니 그냥 놔두기로 했다. 김영훈은 더 이상 죄인이 아니었다. 세연의 공로를 생각해 방면 처리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M룡회가 객잔 앞에 도착했다는 말에 진우는 객잔 밖으로 나왔다.

M룡회의 무인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제갈미현과 M룡회의 무인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군, 모두 모였습니다.”

정신 교육 이후, M룡회는 진우를 주군이라 부르고 있었다. 제갈미현은 눈치가 좋은 편이라, 다른 이들 앞에서는 주군이라고 부르진 않았다.

아무튼, 진우가 이들을 모은 이유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음…’

인성과 개념이 탑재되었지만 나머지 부분이 기이하게 비틀린 덕분에 굉장한 기행을 벌이고 있었다. 극한에 몸을 몰아넣는 수련이라고도 볼 수 있었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온몸에 상처가 가득하고 전신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제갈미현도 무림오봉에 들 만큼 미인이었는데, 지금은 거지꼴이 따로 없었다. 원작에서는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썼고, 그걸 무기로 삼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단체로 피를 줄줄 흘리고 다니는 변태가 되어버렸다.

역시 5년은 조금 과한 감이 있었다.

저렇게 된 이상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면 적어도 외모만큼이라도 멀쩡하게 해주고 싶었다. 매번 불러모아 포션을 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일단….’

다행히 마계 고문기술자의 고문 마법서 중에 그럴듯한 게 있었다.

[C+]무혈의 고통

피 튀기지 않는 깔끔한 고문을 위해 고안된 기술.

육체에 가해진 데미지를 무효화시키는 대신,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통을 부여받는다. 정신이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데미지를 무효화시킬 수 있지만, 워낙 고통이 심하기 때문에 대부분 미쳐버리고 만다.

지금 저들의 상황에 딱 맞는 마법서였다.

제갈미현에게 마법서를 건넸다. 제갈미현이 깜짝 놀라며 진우를 바라보았다.

“이, 이건…?! 무공비급입니까?”

“비슷한 거긴 한데, 일단 익혀봐. 피를 흘리고 다니는 것보단 낫겠지.”

익히기는 어렵지 않았다. 익히기 어려우면 고문용으로 쓸 수 없었다. 고문용 마법서이다 보니 읽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익혀졌다.

문자도 자동으로 해석해서 읽혔기 때문에 따로 해석해 놓을 필요가 없었다.

제갈미현이 먼저 익혔다.

그녀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유 소협, 검으로 절 찔러보세요.”

“괘, 괜찮겠습니까?”

제갈미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소운은 검을 뽑았다. 제갈미현을 향해 찔러넣었다.

팅!

유소운의 검은 명검에 속하는 검이었다. 그런데 제갈미현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마치 쇠를 찌르는 느낌이었다. 유소운은 깜짝 놀라 제갈미현을 바라보았다.

제갈미현이 외공을 익혔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갈미현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얼굴에는 환희가 가득했다.

“이, 이번에는 기를 담아서…!”

“아, 알겠습니다.”

유소운이 기를 담아서 제갈미현을 베었다. 그러나 오히려 유소운의 검이 튕겨 나왔다.

“도, 도검불침?!”

“그럴 수가!”

감탄이 튀어나왔다.

진우도 강력한 위력에 살짝 놀랐다. 설마 검기마저 막아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저 적당히 굴렀으면 하는 바람에서 건네준 마법서였다.

“무혈지옥외공….”

제갈미현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녀의 눈에서는 감동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주군께서 저희를 위해…!”

“검기를 막다니. 전설 속에나 나오는 무공입니다!”

“크흑….”

M룡회가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괜한 짓을 한 건가?’

그래도 과다출혈로 죽게 놔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금강불괴를 초월한 외공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특수한 체질만이 익힐 수 있는 궁극의 외공이었다.

마침, 마계에서 악운비가 배달되었다. 그도 특별한 개조를 통해 완전히 새사람으로 바뀌었다. 진우는 고문기술자에게 인성과 개념을 탑재시키고 쓸만하게 개조하라는 명령을 했다.

고문기술자는 진우의 명령을 완벽히 수행했다.

악운비는 확실히 달라졌다.

“주군의 은혜를 받아 저 악운비! 마공자 악운비가 되었습니다!”

외관상 달라진 부분이 있기는 했다.

“주군의 신하인 염라대왕이 달아준 촉수입니다!”

“아, 아아… 멋져.”

“오오! 그런 부러운…!”

악운비의 손이 스르륵 녹더니 촉수로 변했다.

꿈틀꿈틀!

진득한 액체가 가득 떨어지는 촉수였다. 따끔한 촛농 수준의 액체부터 쇠를 녹이는 산성물질까지 뿜어낼 수 있었다.

“…….”

쓸만하게 만들라는 말은 저런 게 아니었지만, 악운비는 마물과 합성이 되어버렸다.

촉수공자 악운비가 무림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M룡회는 공중에서 흔들리는 촉수를 보며 황홀한 표정이 되었다.

“저희와 궁합이 완벽하게 맞군요. 역시 주군이십니다.”

M룡회는 모두 존경의 눈빛으로 진우를 바라보았다.

어쨌든, 트롤링의 핵심이 되는 인물들이 마음을 고쳐먹었으니, 무협 세계가 조금은 더 밝아진 기분이었다.

악운비도 돌아왔으니 저들도 슬슬 금호를 떠날 때가 되었다.

‘나도 기왕 왔으니…’

비극적으로 흘러가는 무협 세계를 바로잡고 군주도 처리하도록 하자.

< 40. 배달의 민족(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