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1990 Breaker Guild (3)

“또 사고 치면 안 된다. 둘 다 얌전히 있어야 해. 벨라레 너는 특히 독 쓰지 말고.”

- 삐약.

- 시잇.

알아듣는 건진 모르겠지만 둘 다 대답은 잘했다. 안전상 벨라레는 우리에 넣어 두는 게 낫겠지만 둘이 워낙 잘 붙어 다녀서 떼어 놓기가 미안했다. 새와 뱀이면 보통 천적 관계건만 이상하게 사이가 좋았다. 정확히는 삐약이가 벨라레를 부리는 쪽에 가까웠지만.

…리에트가 화내진 않겠지. 댁네 아이가 먼저 공격하긴 했습니다만.

“피스 너도 이상하다 싶으면 말려 줘. 부탁할게.”

- 끼앙.

“해독제 넣어 둔 곳 잘 기억하고 있지?”

피스가 서랍장으로 다가가 앞발로 서랍을 당겨 열었다. 역시 우리 피스, 똑똑하기도 하지. 벨라레의 독 조절 실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만약을 대비해 해독제를 준비해 두었다. A급 독을 완전히 해독할 수준은 아니지만 피스의 스탯치라면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삐약이가 문제긴 한데.

‘…이상하게도 중독된 적이 없단 말이야.’

오늘만 해도 부엌 문 구멍을 통과하면서 독액이 묻지 않기 힘들었을 텐데 멀쩡했다. 마석 병도 그렇고. 설마 A급 이상 독 저항 스킬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공간이동도 할 줄 아니 다른 스킬이 있다 해도 놀라운 건 아니지만.’

독 저항 같은 거야 있으면 좋은 거지. 그래도 패륜아들에게는 최대한 감춰야겠다. 전의 해파리 반응도 그렇고, 오류라며 해치려 들 수도 있으니까.

“금방 올 테니까 셋 다 착하게 있어.”

“애완동물 관찰 카메라 같은 거 달아 놓지 그래?”

돌아서는 나를 보고 문현아가 말했다.

“별 소용이 없더라고요. 벨라레는 뱀이고 삐약이는 날아다녀서.”

천장이고 구석이고 빈틈없이 카메라를 덕지덕지 달아 놓지 않는 한은 텅 빈 화면만 잡혔다. 피스 혼자 낮잠 자고 있는 모습만 보이거나.

“게다가 움직이면 공격을 해대서 마수 애들용 거실에만 고정된 카메라를 달아 놨습니다.”

가르치면 안 부수기는 하는데, 일단 새로 들어오면 로봇청소기부터 박살 나고 시작해서. 로봇청소기가 몇 대째였더라. 피스 털 때문에라도 계속 새로 사고 있었다.

“여기 테이프 크리너요. 양말에 특히 많이 묻습니다.”

밖으로 나가면서 유현이에게 문현아 헌터와 함께 브레이커 길드에 다녀오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내 전화가 와서 같이 갈까 하고 묻는다.

“넌 던전 갈 준비해야 하잖냐. 공략해 놓아야 할 S급 던전 있다며.”

[이번에도 피스와 둘이서 갈 거니까 별다른 준비는─]

“왜 또!”

동생 놈이 진짜! 반사적으로 버럭 소리치자 유현이가 달래듯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팀 재구성 대비 점검해 볼 겸 가는 거야. 쉬운 곳이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도 이왕이면 일본 갔다 와서 하지.”

스태미너 포션이 있으면 공략 팀이 소수라도 비교적 안전해진다. 물론 기본적인 팀의 구성은 갖추는 게 제일 좋지만. 가능하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몇 마디 주고받다가 전화를 끊었다.

“볼수록 참 재밌다니까. 일본은, 세성이 찌르고 다니던 그 던전 일?”

“예. 들으셨나 보군요.”

“A급 기승수 새끼 구하기 좋다는 던전이라고 해서.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어차피 곧 협회에 알릴 일이기도 하고.

“S급 헌터 간의 승부로 이긴 쪽이 다 차지하기로 했습니다. 예림이가 나가기로 했고요.”

“예림이가? 언제 가는데? 이번에는 나도 구경 좀 해 보자.”

A급 랭킹전 구경 못 한 게 아직도 아쉽다며 문현아가 말했다. 일정이 정해지진 않았다고 말하며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옮겨 갔다. 도중에 노아가 날아 내려와 문현아의 눈치를 살피며 내게 인사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피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더니 문현아가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내가 잡으면 한 번 태워 주기로 했거든.”

“어린애 괴롭히지 마세요.”

“거래야, 거래.”

뭘 한 거지. 아무튼 노아는 여전히 인기가 많구나. 드래곤 쪽이 주이긴 해도. 노아 씨는 사람입니다, 여러분.

문현아도 역시나 안전벨트는 없는 셈 쳤다. 나야 착실하게 착용했다. 일종의 창기병인 셈이니 드래곤라이더인 강소영을 떠올리곤 살짝 긴장했지만 차는 의외로 부드럽게 나아갔다. 신호도 딱딱 잘 지켰다.

“현아 씨는 다른 헌터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여성 헌터들 사이에서요.”

문현아에 성현제, 유현이까지 더해 꽤나 날뛰었다곤 했지만. 유현이야 아직 어려서 그런 거고.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였지.

“소영이랑 예림이가 말 잘해 줬나 봐?”

“그냥 보기에도 사이 좋아 보이던걸요. 현아 씨가 잘 챙겨 준 것도 같고요.”

“그야 나도 힘든 일 제법 있었으니까.”

매끄럽게 커브를 돌며 문현아가 말을 이었다.

“던전 생기고 각성자 나타나도 다른 건 다 그대로였지. 나이 성별 인종, 그런 거 말이야. 도련님도 나이 때문에 시비 많이 걸렸잖아. 그나마 남자라서 다행이지,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에 성별까지 달랐어 봐. 얼마나 물고 뜯었겠어.”

떠올리자니 소름이 다 돋을 정도였다.

“그 성현제도 어린 놈 소리 여러 번 들었을걸? 겉으로는 예의 바르게 참았다곤 하는데, 당시 던전 터지면 실종자도 많았으니까 모를 일이지.”

조금 무서운 소리네. 사람 묻기 참 좋을 시기였긴 하지. 요새도 헌터라면 던전 공략 중에 사망했습니다 처리해 버리기 쉽고.

“나랑 내 친구들은 초기 각성자였잖아. 혹시 들어 봤나? 단체로 각성했었던 거.”

“네. 모임이 있었다고 했죠.”

여성 프로 선수가 한 번에 우르르 각성했다고 뉴스에도 났었다. S급은 문현아뿐이었지만 A~B급 다수에 최저가 C급이었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정상급이 모여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다행이었지. 따로따로 각성했으면 털려먹기 딱 좋았을걸. 그 자리에서 바로 뭉친 덕에 길드 만들기는 쉬웠는데, 제대로 자리 잡으려니까 말을 안 들어주더라.”

그렇다고 다 밟아 버릴 수도 없고, 라며 문현아가 미간을 좁혔다.

“결국은 타협해서 후원받았지. 나 혼자였으면 끝까지 밀고나가 봤을 텐데 그게 아니니까. 후회는 없지만 아쉽기는 해서 우리 길드 애들 아니더라도 챙겨 줄 수 있으면 챙겨 주고 있는 거야.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그래도 예림이는 잘 풀려서 다행이라며 미소 짓는다.

“처음 해연에 S급 어린애 들어갔다는 말에 걱정 좀 했었거든. 심지어 부모님도 안 계시다니까 이용당하기 너무 좋잖아.”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유독 예림이에게 관심을 보였었다. 그때는 거슬리게 느껴졌었는데.

“도련님이 그럴 성격은 아니지만 혹 모르니까. 다행히 애들 아빠가 보호자 노릇 잘해 줘서 한시름 덜었어.”

“저도 현아 씨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남동생만 돌봐 봐서 지금도 가끔 잘하고 있는 건지 걱정되거든요.”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감사합니다.”

반포대교로 들어섰다. 차창 너머로 한강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한강 속 수중에는 하급 던전밖에 없지만 나중엔 S급 던전도 나타나게 된다. 던전 환경 탓에 공략이 까다로워 한 번 터지기까지 했었지. 이젠 예림이가 있으니 문제없겠지만.

“브레이커에는 여성 헌터가 대다수라고 하던데요.”

“아 그거? 일부러는 아니야. 초기 팀원이 다 여자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위쪽이 다 여자가 되었거든. 그래서인지 남자 헌터는 잘 안 오더라고. 반대로 여성 헌터는 들어오고 싶어 하고. 어차피 던전 들어가면 나이고 성별이고 소용없는데 웃기지. 그나마 한국은 인종이나 계급적 문제는 덜하지만, 세성 힐러 인도인이잖아. 신분이 낮다던가? 그래서 가족들 인질로 잡힌 채 부려 먹히다가 구출된 거라고 하더라.”

“각성자를 인신매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듣긴 했습니다. 저도 경험자긴 하지요.”

“한 소장님은 배경이 든든해서 다행이지. 스탯 F에 특수 스킬만 좋았어 봐, 순식간에 실종 처리되었을걸.”

만약 내가 아무것도 모른 채 몬스터를 키워내는 스킬을 얻었더라면 감출 생각도 못 했겠지. 운 좋으면 국내 거대 길드들 중 하나에 억압되어 있을 거고 운 나쁘면 해외 어딘가로 끌려갔으려나.

회귀 전에는 별거 없었음에도 S급 헌터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접근해 온 이상한 놈들도 많았다. 뜯어먹을 거 없다고 해도 단순 호기심도 있었고. 뭐… 쓸데없는 기억들 떠올리지 말자.

일본 쪽 이야기를 하다가 중국 쪽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윤윤 때문에 어떻게 연락망 같은 거 찾을 수 없나 물어봤는데, 각성자 감시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들리는 소문에는 정부에 반하는 각성자 모임도 있다고 하던데, 자세히는 몰라. 그나마 성현제가 좀 알려나.”

또 그 인간이야.

“…세성 길드장은 진짜 뭐 하던 사람일까요.”

“각성 전부터 발 넓었던 건 확실해. 제1회 세성 길드장 생일 파티 때부터 해외 상급 헌터들이 여럿 왔었거든. 이번에 세성 들어간 에블린도 그때부터 성현제와 친분이 있었다니까.”

제1회라니, 뭐냐 그게.

“에블린 헌터와는 그때 아신 겁니까?”

“그때였지. 뱀이랑 가까이 지내지 마. 물린다.”

문현이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역시 소문대로 사이 나쁜가 보구나.

“별로 안 좋아하시나 봐요.”

“성격이 안 맞아. 말투도 마음에 안 들어. 원거리 헌터는 좋아하지만 걔가 뒤에서 쏴대는 건 싫어.”

그냥 다 거슬리는 거 같은데. 대체 첫 만남이 어땠던 걸까.

브레이커 길드 건물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섰다. 차가 멈추기도 전에 브레이커 길드 길드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왔다. 문현아가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우즈 길드의 이효연 길드장이 방문했습니다. 조금 전에 도착했어요.”

“그래?”

문현아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때, 한 소장님도 만나 보겠어?”

“저도 가도 될까요?”

“그야 당연히 환영이지. 한 소장 눈도장 찍어 나쁠 거 없잖아.”

“이미 인상 깊게 보긴 했는걸요.”

A급 랭킹전 우승자답게 실력이 무척이나 뛰어난 헌터였지. 문현아가 걸음을 옮겨갔다. 이번에는 나보다 앞장 선 채였다.

보안 시설을 통과하고 응접실로 향하는 사이 마주친 사람들이 내게 호기심과 호의를 담은 인사를 건네 왔다. 삐약이와 피스는 같이 오지 않았냐고 슬쩍 묻는 사람도 있었다. 소록이 사진과 동영상도 SNS에 올려 달라고 부탁도 해 왔다.

응접실에 들어서자 여성 헌터가 미리 일어나 있었다. 이효연 헌터로 근접계치곤 특이하게도 긴 머리카락을 높게 올려 묶고 있었다. 랭킹전 때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관련 스킬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뛰어난 헌터가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는 부분을 일부러 남겨 두는 경우는 드무니까.

“어서 오십시오, 브레이커 길드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한유진 헌터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우즈 길드장님. 한유진 소장님 내가 데리고 왔는데, 괜찮아?”

“괜찮죠, 물론.”

이효연이 씨익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리곤 내게로 시선을 옮긴다.

“랭킹전을 개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협회와의 조율이 쉬워졌어요.”

“아뇨, 제가 한 건 별로 없는걸요.”

원인을 제공하긴 했다만 키운 건 성현제였지. 그래도 A급 길드들이 힘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하니 잘됐다 싶었다.

“여기까진 무슨 일이야? 여의도로 옮기는 것 때문에?”

“네. 저희 우즈는 여의도로 가지 않을 겁니다.”

이효연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문현아가 눈썹을 힐끗 올렸다.

“여의도로 가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텐데. 그놈들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원 많이 들어올걸? 우즈가 모자라다는 건 아니고, 원래 S급 길드가 있었으니 차이를 메우겠답시고 알아서 자금 바칠 거야. 이름값도 커질 테고.”

해연과 사육소에는 이전 비용도 대주기 힘들다고 했지만, 막상 A급이 들어오면 불안해서 내놓는다 이건가. 웃기다니까.

“알고는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대전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대전?”

“네. 박보라 부길드장의 고향이기도 하지요. 대전에 있는 MKC 길드 관리하의 S급 길드 권리 이전 요청을 해 놓았습니다.”

던전은 보통 인구에 비례해서 나타난다. 그래서 지방에는 상대적으로 던전의 수도 적고 등급도 낮았다. 홍콩이 빠르게 몰락한 것도 인구 밀집 지역이라 던전은 많고 등급 평균도 높은데 중국에 헌터를 빼앗긴 탓이 컸다.

그런 탓에 정부에서는 인구를 분산시키고 싶어 했지만 서울이 던전이 많아 위험한 만큼 또 S급 헌터가 죄다 모여 있어서……. 그래도 던전이 생기기 전보다는 조금 줄어들긴 했다.

“최종적으로는 대전과 그 근방 S급 던전을 모두 우즈에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효연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부산과 대구에 비해 대전은 서울의 거대 길드들이 상급 던전 대부분을 맡고 있어 제대로 자리 잡은 중형 길드가 없기도 하고요.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세력을 키워 볼 생각입니다.”

“괜찮겠어? 쉽지 않을 텐데. 헌터 관련 시설도 부족할 거고.”

“맨땅에서부터 시작한 선배님도 계신걸요.”

이효연이 문현아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문현아도 마주 웃었다.

“그래. 도와줄 일 있으면 연락해.”

“연락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여의도에는 누가 들어가려나.”

문현아의 중얼거림에 내가 끼어들었다.

“한동안은 비워 둬도 되지 않을까요.”

“비워 둔다고?”

“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아니잖습니까. 서울에만 대형 길드가 몇 갠데. 거리가 먼 것도 아니고, 헬기로 이동하면 금방인데 굳이 다른 지역에 자리 잡은 튼튼한 길드 뽑아다 옮길 필요 있습니까. 그 동네도 다 사람 사는데.”

아예 새로 자리 잡는 거라면 괜찮다. 신생 길드가 지원받아 가며 성장하기 좋은 위치니까. 하지만 국회에서 징징댄다고 억지로 옮기는 건 못마땅했다. 심지어 길드 골라 대는 꼴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당장 위험한 것도 아니고, 대형 길드 영향력 미치고도 남는 거리인데.

“안달 나서 입맛대로 고르지 못할 때까지 시간 끌어 버리죠.”

“어떻게요?”

이효연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여의도에서 거부당한 게 분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간단합니다. 기승수 사육소와 해연 길드가 옮길 듯 말 듯 망설이는 티만 내 주면 되죠. 가능하면 세성도 끌어들이면 효과가 더 좋을 거고요.”

내 말에 문현아가 소리 내어 웃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브레이커가 못 끼는 게 아쉽네. 적당히 기를 눌러 둔 다음에 괜찮은 신생 길드가 자리 잡게 한다라, 마음에 들어.”

“현아 씨 말대로 자리 자체야 좋긴 하니까요.”

“그야 그렇지! 괜찮은 신생 길드 좀 알아봐야겠다.”

자기 길드로 돌아가려는 이효연과 명함을 교환했다. 언젠가 기승수도 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잘 부탁한다고 말해 왔다.

“개인적으로는 우즈가 여의도에 가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말이에요.”

닫힌 문을 보며 조금 아쉽게 중얼거렸다. 내가 말한 방법으로 시간 좀 끌면 받아들일 텐데.

“외부 세력에 묶이지 않고 홀로서기 하는 것도 좋잖아.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게 되는 법이야.”

문현아가 씁쓸하게 말했다. 브레이커는 묶여 있는 것이겠지. 3년이나 되었으니 꽤 질척하게 섞여들었을 것이다. 그걸 다 잘라내고도 혼자 설 수 있을까. 이번에는.

“현아 씨.”

나도 아직 혼자 못 서고 있는데, 도움이 될까 싶으면서도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