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kill Maker

Plutona (3)

몰아치기 시작하는 바람.

꿈틀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은빛의 연기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여자의 몸주변에 위치하고 있던 운무들이 미친듯이 주변일대 전체를 향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폭풍처럼 날카롭게 우리 일행들을 향해 다가오는 은빛 입자들.

그것은 마치 은빛의 토네이도 처럼 보였다.

휘오오오오오!

연기들이 의지를 지닌 것 마냥 광풍처럼 우리에게로 휘몰아쳐 온 그 찰나.

나는 곧바로 팔을 휘둘러 으로 일행들 모두를 안전하게 감쌌다.

아니 감쌀려고 했다. 하지만.

베르스는 장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대로 흩어지며 우리들을 거칠게 덮쳐왔다.

사방의 모든 공간을 잠식 하는 은빛 운무. 매캐한 느낌과 함께 그대로 호흡기를 통해서 빨려들어오는 은빛 연기.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기운을 이용해 그것들을 몰아내었고, 뒤쪽을 돌아보니 다행히 세르디아나의 바람 장벽이 베르스의 방향을 바꾸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래, 확실히 그렇군.

이 물질은 베르스임에 틀림이 없었다.

차원의 힘으로는 간섭하기 힘들지만, 단순한 바람의 성질이라면 그 접근을 막을 수 있었다.

아무리 기계라고해도 관찰이 불가능할만큼 가볍고 작다.

당연히 대기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다들 스킬을 사용해요!"

레나의 외침이 터져 나온 그 순간.

클랜원들은 순식간에 각자의 제스처를 취하여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사그러들듯 모습을 감추는 은빛의 연기.

그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마냥, 단숨에 일제히 삭제되어 가고 있었다. 내가 만든 스킬의 힘은 절대적이었고, 그것들에는 대상으로 지정한 부분의 베르스를 삭제하는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베르스 소멸 반응 확인 완료. 원인 인자 발견.]

딱딱한 말투를 내뱉는 검은 머리 여자.

확실했다. 그녀가 거느린 괴상한 운무의 정체는 바로 베르스의 입자들이었다.

분명히 느꼈다 이번에는. 이 여자는 베르스를 직접 조종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여자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한다.

[베르스 소멸 재확인. 분석 대상 스캔 완료. 2차 원인 인자 파악 완료. 일치확률 100퍼센트. 제거 작업 시작...!]

여자의 인공적인 음성이 끝맺음을 한 그 순간.

나는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뚜, 뚜, 뚜, 뚜 하는 몇초간의 기계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자를 중심으로... 전술 핵폭탄 수천발에 버금가는 위력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것도 바로 내 코 앞에서.

"다들 물러서!"

콰아아아아아아앙!

여자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불태우는 강렬한 폭발이 터져나온 그 때.

나는 동료들을 향해서 고함을 내지름과 동시에, 곧바로 손가락을 튕겨 몸의 앞쪽에 스킬을 시전하였다. 공간이 벌어지며 등장하는 새카만 흑색의 구멍.

이런 빌어먹을 년이!

갑자기 이게 무슨 짓거리야?

스킬 등급 : S

: 발동 시 10초 동안 주변의 공간 1미터를 소멸시키는 검은 점을 생성합니다.

천지를 찢어 발길 것 처럼 발동된 강력한 대폭발.

하지만 나는 모든 폭발력을 스킬로 조종, 그대로 검은 점을 이용하여 그 모든 것을 빨아 들이기 시작하였다. 차원의 힘 중에서도 흡입력만을 한점으로 끌어모아 극대화시키는 중력형 이미지화 기술. 이것은 몇달 전 와의 전투때도 사용한 적이 있었던 바로 그 녀석이었다.

슈우우우욱!

고오오오오오!

쿠구구구구구!

그렇게 빠른속도로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암흑의 중력스킬.

그것은 화염도, 연기도, 폭발의 잔재들도 모조리 집어삼켜 먹어 치워 버렸다. 평소같았으면 가볍게 사용하고 말 상황이었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폭발의 위력이 너무나도 강력해서 블랙홀의 크기를 손가락으로 극한까지 컨트롤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모든 폭발의 위력을 의 안쪽편으로 몽땅 집어 쳐넣는데 성공하였다.

고통과 함께 살짝 찢어진 손가락 마디. 나는 손바닥에서 전해져 오는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며 여자의 얼굴을 잔뜩 노려보았다.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치유스킬이 빠른 스피드로 상처를 원래대로 회복시켜주었다.

"너. 대체 정체가 뭐냐? 어떻게 베르스를 조종 할 수 있는거지? 그리고 우리한테 무슨 감정이라도 있어? 아니, 그 이전에 말투가 대체 왜 그래? 혹시 오일(Oil)이라도 쳐먹었어?"

[목표 대상 제거 실패. 제거 실패 확률 0.001%. 오차 범위 극도로 낮았음. 하지만 실패. 플루토나로써는 이해 할 수 없는 결과. 지성체들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꽤나 분한듯한 느낌.]

"그러니까 넌 대체 뭐냐고!"

콰아아앙!

나는 바닥을 박차고 그대로 폭풍처럼 대쉬하였고, 여자의 몸통을 향해 그대로 차원의 힘을 때려 박았다.

[신화] 품계에 다다른 내가 휘두른 차원의 공격이다. 그 위력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만큼 강력하기 그지 없었다. 이내 팔을 들어올려 차원의 막을 생성시키는 여자. 아무래도 동일한 차원의 힘으로 수비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즉, 여자는 최소한 혼돈 품계의 능력자였다. 하지만 나는 그 꼴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차원의 힘 두개를 송곳처럼 만들어서 겹친 내가, 그것을 반대쪽으로 몰아치며 재차 여자의 보호막을 공격한 그 순간.

망할 여자의 보호막은 단 한순간에 개박살이 났다. 그리고.

콰지지지직!

일그러지고 찌그러져 박살이 나서 날아가버리는 플루토나라는 여자.

이미 상대의 몸뚱아리는 개박살이 나며 찌그러지고 일그러져 바닥을 거칠게 나뒹굴고 있었다. 방금의 한방은 너무나도 강력한 위력이었고, 설령 만명의 그랜드 마스터를 일렬로 세운다고 해도 막아낼 수 없을 만큼의 막대한 거력을 담고 있었다. 나는 확실하게 공격이 들어갔다는 걸 느끼며 만족감을 토해내었고, 이내 오만한 시선으로 바닥을 나뒹구는 적을 노려보았다.

"그러게 왜 깝치고 난리야? 확 그냥."

하지만.

피육으로 만들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여자의 몸은... 전혀 예상외의 것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속을 드러내 보인 여자의 몸뚱아리는 은백색과 검은색, 그리고 금빛의 부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독특한 형태를 지닌 난생 처음보는 형상의 부품들. 기계적인 느낌의 음성을 들었을 때 부터 뭔가가 조금 이상하다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역시나인가? 여자는 인간이 아니라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로봇이었다.

레나가 입을 열었다.

"저 플루토나라는 여자. 역시나 인간이 아니었군요? 왠지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인간의 뼈조직이 움직이는 것과는 조금 다른 듯한 느낌이 들긴했었지만요. 게다가 음성도 성대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목소리와는 조금 달라요. 하지만 신기하네요. 저 정도의 과학 기술력이라니... 믿겨지지가 않는걸요? 아무래도 저 여자가 바로 베르스를 조종한 배후인 것 같네요."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걸 구분해내는 레나가 더 신기합니다.

그런데 그 때 였다.

쓰러져서 처참한 몰골로 박살 나 있는 로봇의 옆에 위치한 허공이... 난데없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그것은 차원의 힘과도 비슷하면서도 이질적인, 괴상하게 생긴 처음보는 형상의 이공간 발현이었다.

우우우우웅!

완전히 활짝 열린 차원의 문.

이윽고 그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정체불명의 금속들.

그리고 그 순간, 반파되어 있는 플루토나의 입 부위에서 치지직 거리는 기계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까전과는 다른 확실한 기계음. 아무래도 기능의 상당수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망할 로봇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치직.... 치지지직.... 소, 손상률 97.35%. 위험도 LS205Y7 버전. 치직... 복구 시스템 가동. 클리어 타임 0.5초.]

"복구 시스템?"

그리고.

콰드드득! 끼기기긱!

철컹! 컬그렁! 철커덕!

내 눈앞에는 어느새 완전해진 새로운 플루토나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방금전의 그 검은 머리 여자와 완전히 똑같은 모습을 지닌 두번째 존재.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첫번째의 자신을 손에 집어들더니, 갈라진 몸으로 그 박살난 부품을 그대로 자신의 몸속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십여초 후, 전장에 첫번째 플루토나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새롭게 등장한 두번째 로봇의 모습만이 존재 할 뿐.

[복구 완료. 자료 수집 완료. 으로는 대응 불가능 판정. 제 2기어 가동. 제 3기어 가동. 유기체 결합율 상승.]

아무래도 끝난 게 아니었나본데?

나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야. 넌 대체 뭐하는 로봇이냐? 누가 널 만들었지? 왜 우리를 공격하는거야."

[플루토나를 만든 것은 플루토나임. 잡담은 그만. 당신을 B급 위험인자로 판정. 제거 과정 실시.]

"제거? 하, 이거 참 막나가네?"

콰콰콰콰쾅!

플루토나에게서 인공적인 기계의 음성이 터져 나온 그 순간.

나는 대기가 찢어져 나가는 듯한 강렬한 충격파를 느끼며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뭐지 이 속도는?

플루토나의 쇄도는 빛을 연상시킬만큼 재빨라서 마치 몸이 엿가락처럼 주욱 늘어난다고 느낄 정도였다. 방금전과는 차원이 다른 스피드. 나는 모든 기운을 끌어올리며 차원의 힘으로 그녀의 주먹을 받아냈고, 몸이 수십미터나 뒤쪽으로 주르륵 밀려났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헛웃음.

미친? 갑자기 왜 이렇게 강해진거지? 이게 정말로 기계라고?

기계가 이런 위력을 뿜어낼 수 있다는건가? 대체 어떻게?

이게 정말 금속따위가 엮여서 만들어진 기계의 영역이라고?

무엇보다 대체 어떻게 기계 따위가 을 이렇게 능숙하게 사용하는거지?

나는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곧바로 의 힘을 발동시켰다.

궁금했다. 대체 저게 뭘 하는 존재인지. 어째서 갑자기 이런 강적이 등장을 한 건지.

게다가 능력자들을 몰살시키기 위해서 베르스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도 전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신이 자신을 만들어냈다는 로봇 따위가 어째서 능력자를 죽이려고 한단 말인가.

하지만.

능력치(Status) : [근력 : ?5?] [민첩 : ??5] [체력 : ?71] [방어 : ?88] [마력 : ?3?] [직관 : ??1] [지혜 : ??5]

능력치 비교 값 : [근력 :1000] [민첩 :1002] [체력 : 970] [방어 :780] [마력 : 518] [직관 : 898] [지혜 : 774] [특화 : 1676]

(능력치를 비교 할 수 없습니다.)

(품계값을 비교 할 수 없습니다.)

전투 스타일 : 근접 전투, 원거리 전투, 스킬 공격

애석하게도 통찰안으로는 그녀의 데이터 값을 정확히 읽어낼 수 없었다.

숫자와 뒤죽박죽이 되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스테이터스.

하지만 확실한 건, 적의 민첩성이 오히려 나를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미친. 민첩성이 무려 1000스탯을 돌파한 나보다도 움직임 더 빠르다니.

세상에 저런 기계 따위가 존재 할 수 있다는 인정하고 싶지가 않는데?

[제거한다. 제거한다. 제거한다. 제거한다.]

쾅쾅! 콰콰쾅! 쾅!

나는 손가락을 빠르게 튕겨서 몇가지의 버프 스킬들을 연속적으로 발동시켰고, 몰아쳐오는 플루토나의 공격을 보조무기인 마르칸트를 이용해 일일이 바깥쪽으로 쳐냈다. 몸 마디마디에서 터져나오는 폭발성 물질. 그리고 그 반동을 베이스로 하여 연쇄 공격을 퍼붓는 상대.

이미 우리의 충돌은 주변 지역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나는 이나 , 유형의 스킬들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꼈다. 단순한 슬로우 형식의 디버프는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생명체가 아닌 기계에게 흡혈과 같은 능력들은 무용지물일 테니까.

쿠구구구궁.

그렇게 1분여가 지나가 충돌이 잠깐 잦아든 그 순간.

플루토나는 나를 바라보며 이번에는 붉은색의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내 피부가 갈라지며 광원의 일부가 다른 색으로 변하는 기계인간.

녀석의 입에서 또다시 인공적인 음성이 튀어 나왔다.

[오차 범위 57%. 위험 레벨 수정. A급 위험인자로 판정. 제 4기어 가동, 제 5기어 가동.]

"하?"

내가 눈썹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의문을 토해낸 그 순간.

플루토나의 움직임은... 기존에서 추가로 두배이상 더 빨라져 있었다.

0.00001초만에 내 눈앞에 도달해 있는 로봇. 나는 찡그러뜨리고 있던 인상을 활짝 펴면서 어이가 없어서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빌어먹을. 로봇주제에 감히 이 최민혁을 상대로 힘을 숨겨놨었다 이건가?

와 이런 개싸가지를 보소.

"너만 숨겼냐? 나도 숨겼다!"

나는 그대로 플루토나의 공격을 쳐냄과 동시에 도약하며 빠르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터져나오는 황금색의 빛.

그것은 바로 초증폭 결계의 힘이었다.

플루토나(3) 끝.

by 월드매너

작품 후기

그녀가 왔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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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쿠폰주신분들깨도 감사인사 올립니다! ;ㅅ;

다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