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a Master Swordsman

Episode 18. Unexpected variable (2)

‘미친, 대체 뭔……!’

홱 돌아서 단검을 겨눴다.

쓰러진 용병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눈동자가 붉어졌어?’

게다가 두 용병은 계속 그르륵대며 기괴한 숨소리를 내고 있다. 인간이 아니라 오크나 트롤의 숨소리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방금까지 인간이었던 용병들의 얇은 철판 갑옷이 부풀고 있었다. 안쪽에서부터 급격히 비대해진 근육이 갑옷을 찢고 있는 것이다.

파직!

갑옷이 찢어진 순간, 진은 반사적으로 마법을 펼쳤다.

‘침묵의 바람!’

마력으로 이루어진 바람이 순식간에 창고 내부를 감싸며 반원 형대의 막을 형성했다.

주변 15미터 정도의 소음을 축소시키는 4성 마법이다. 아까는 마법사들이 마력을 눈치챌까봐 사용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괴물로 변한 용병들과의 전투는 피할 수 없다. 벌써 놈들은 진 쪽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손가락엔 적호족의 그것치럼 길고 날카로운 손톱까지 자란 모습.

‘바깥의 마법사들이 몰라주길 바랄 수밖에.’

그아악!

두 놈이 동시에 몸을 던졌다.

브라다만테를 뽑을 여유도 없었다. 어느새 바짝 붙은 괴물들이 교차로 꽉 펼친 손바닥을 휘둘렀다.

쉬익!

손톱이 허공을 할퀴고 지나가는 소리가 매섭다. 진은 가까스로 몸을 숙여 공격을 빠져나갔고, 그사이에 앞선 놈의 갈빗대에 단검을 찔러 넣있다.

심장을 찌르려 했으나 놈이 피했다. 그래도 살이 베이고 뼈가 깨지는 확실한 느낌이 손목을 타고 전해졌다.

“그억!”

괴성을 질러 대는 괴물.

치명상은 아닌 모양. 놈은 몸에 꽂힌 단검을 빼지도 않고 재차 손톱을 휘둘렀다.

덕분에 진은 거리를 벌릴 틈을 만들어 브라다만테를 뽑았다. 급히 오러를 덧씌우자마자 어둑한 창고 내부가 조금 환해졌다.

괴물들은 오러가 위험한 힘이라는 사실을 아는 기색. 진이 자세를 잡고 칼끝으로 거리를 조절하자, 괴물들의 몸을 뒤덮은 검은 털이 곤두섰다.

“그르르……!”

“가악.”

뒤늦게 운 괴물이 몸에 박힌 단검을 빼냈다.

그리고 뒤이어진 광경을 본 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재생까지 한다고?’

괴물의 벌어진 늑골이 빠른 속도로 아물고 있다. 꿀렁꿀렁 쏟아지던 검붉은 피가 순식간에 멎었다.

일부 상위종 마물에게서나 볼 수 있는 초속 재생.

그러나 상대는 마물이 아니다. 불과 1분 전까지만 해도 의심할 바 없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초가 지날 때마다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진에겐 이 해괴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 없었다.

도합 43년을 살면서 처음 겪는 일.

다행히 이해까진 못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유주를 하는 건 가능했다. 그가 전생에 마법사의 길을 걸어온 덕분이다.

‘이것들은 생체 골렘일 확률이 높다. 금지 마법으로 만든. 지플 놈들… 콜론 유적지를 설마 금지 마법 실험실로 쓰고 있던 건가?’

쉬익!

다시 한 번 공격을 시도하는 괴물들.

아까는 당황해서 겨우 피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움직임이 엉성하다. 힘과 속도는 4성 초반의 무인 수준.

그러나 훈련받은 4성 기사와 신체 능력만 4성인 괴물이 같을 수는 없다. 진은 여유롭게 두 괴물의 손톱을 흘리며 공방을 이어 갔다.

‘상대하는 게 어렵지는 않겠어.’

진이 조금만 변칙적으로 움직여도 괴물들은 그걸 뒤쫓기 바쁘다. 발놀림이 꼬여 무게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모습도 곧잘 포착되었다.

‘핵은 심장, 머리, 단전. 세 곳 중 하나다.’

골렘이라는 마법 병기는 어지간히 부서져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 진이 한 놈의 손목과 어깨를 베었는데도 괴물들의 공세에 변함이 없는 것처럼.

대신 골렘은 핵이 부서지면 그대로 끝장이다. 그것은 금지 마법으로 빚은 생체 골렘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푸욱!

가볍게 백스텝을 밟고 엇박자로 머리통을 찔렀다. 오러가 칼날과 함께 회전하며 괴물 하나의 머리통에 주먹만 한 구멍을 뚫었다.

‘머리는 아니군.’

사람을 상대하듯 싸웠다면, 다음 순간 진은 낭패를 보았을 것이다. 치명타를 먹였으니, 곧장 남은 녀석에게로 포커스를 옮겼을 테니까.

머리가 뚫린 골렘은 계속해서 팔을 휘둘렀다. 힘과 속도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난폭해진 느낌.

진은 가볍게 몸을 회전시키며 놈의 단전에 재차 검을 꽂고, 그대로 심장까지 칼날을 올려붙였다. 이렇게 괴력이 필요한 공격을 감행할 땐, 룬칸델의 축복받은 신체가 감사할 지경이다.

쿠지직!

괴물의 살이 갈리고 늑골이 연달아 부러지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이어졌다. 칼날을 회수했을 때, 진은 놈들의 핵이 심장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푸른 마력 덩어리가 대신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이 알고 있는 마력 덩어리와는 전혀 달랐다. 마력이 아니라, 유리구슬에 싸인 푸른 용액처럼 보였다.

또한 인간의 심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단했다. 5성 기사가 오러를 씌운 명검으로 베었는데도, 겨우 터진 느낌이었으니까.

푸직!

고제 형태의 마력 덩어리가 터지며 푸른 방울이 뒤었다. 극심한 악취가 일었고, 이제 죽음을 맞이할 괴물은 서서히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변하고 있었다. 괴물로 변하기 전과 똑같이, 온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는 없다. 이미 부풀고 터진 피부와 근육이 말끔하게 돌아올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말라붙은 듯 보이는 시체는 분명 인간의 가죽처럼 보인다.

그걸 보자마자 진은 알 수 있는 복잡한 마음과 더불어, 난데없이 가슴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똑같은 사람에게 이런 짓을 했단 말이냐, 정말로.’

지플에 대한 분노였다.

그리고 그 분노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남은 괴물이 진을 덮쳤다. 아직 진은 자세를 단단히 고치지 못한 상태였다.

카가각!

놈의 손톱과 브라다만테의 칼날이 부딪치며 불쾌한 마찰음이 일었다. 진은 뒤로 뻗은 오른발로 힘껏 땅을 디뎌 중심을 잡았다.

놈의 손톱은 브라다만테의 칼날만큼 단단하지 않다. 평범한 강철보다는 나은 듯 보이나, 고대 만년철에 빗댈 바가 아니다.

탱걱!

다섯 개의 손톱이 동시에 부러지며 힘의 균형이 깨졌다. 진은 바닥으로 쓰러진 괴물의 머리를 짓밟은 채, 등에서부터 심장으로 검을 꽂았다.

단단한 마력 덩어리가 깨지는 감각이 칼끝을 타고 올라온다. 깔려 있던 괴물은 부르르 몸을 떨더니, 앞선 녀석과 마찬가지로 급격히 인간의 모습을 갖춰 갔다.

“후우.”

진은 그때서야 뒤늦은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사방이 괴물의 검붉은 피로 뒤덮여 있고, 아까 펼쳐 놓은 침묵의 바람은 곧 해제될 기세였다.

다행히 마법사들에게 발각되지 않았다.

“주, 죽.”

돌연 한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쓰러진 괴물, 아니 인간이 내뱉은 목소리였다.

“여…… 줘…….”

황급히 몸을 숙여 살펴보니, 아직 가늘게 숨이 붙은 상태다. 더 이상 차마 인간이라고 형용할 수 없는 몰골을 한 채로.

온몸이 부풀고 터진 흔적이 역력한 그에게선 살아날 수 있는 가망성 따윈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당신이 생체 골렘이 된 이유는 무엇인지,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 어쩌다 지플의 실험체가 되었는지.

그러나 남자는 대답할 여력이 없다. 진이 할 수 있는 건 그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것이다.

푹.

흉측하게 가늘어진 목덜미를 찌르자 남자가 눈을 감았다.

진도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들에게 무슨 사정이 있던 건지 알 수는 없으나, 세상 어디에도 자의로 생체 골렘이 되고 싶은 인간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한 번 변신한 순간 내일 따윈 없는, 소모품에 불과한 신세라면 더더욱.

으드득. 턱이 얼얼할 만큼 이가 갈렸다.

하지만 분노할 때가 아니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지플의 끔찍한 뒷모습도 목도하게 되었고, 과연 누님들이 아무것도 몰랐을까 의심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임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대로 돌아가서 갑자기 괴물이 덮쳐서 어쩔 수 없었어요. 라고 말해 봤자 형제들의 비웃음만 살 게 뻔했다.

설령 룬칸델이 굴욕을 감수하고 지플에 임무 내역을 밝히고, 비먼트 제국에 정식 수사를 요청한다 할지라도 바뀌는 건 없을 것이다.

지플이 금지 마법을 사용한 사실을 순순히 인정할 리 없으니 말이다.

생체 골렘은 특급 범죄다. 징후만 발견되어도 제국 수사 기관의 압박을 피할 수 없는 게 보통이지만, 지플은 증거가 있어도 잡아뗄 수 있는 힘이 있는 가문이었다.

‘우선 깨진 마력 덩어리들을 몇 개 챙기고, 임무는 속행한다.’

잠시 후 냉정을 되찾은 진이 마력 덩어리 몇 조각을 유리병에 넣고 입구 쪽으로 나가 분위기를 살폈다.

‘……아직까지 마법사들은 딱히 움직임이 없어. 대다수의 마법사들이 여길 평범한 창고로 알고 있다는 증거다.’

만약 이곳의 마법사들이 생체 골렘을 세워 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창고를 이토록 허술하게 지키지 않을 것이다. 최소 7성 이상의 마법사들 스물 이상은 항시 대기여야 했다.

즉, 금지 마법에 콜론 유적지 전체가 관여된 것은 아닌 셈.

‘예정대로 유물을 탈취해서 달아난다.’

이후 진은 조심스럽게 경계 마법을 해제하며 창고를 뒤졌다.

석판 세 개를 얻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모두 창고 1층에 보관되어 있었고, 청동 그릇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청동 그릇은 석판과 달리 꽤 까다로운 경계 마법이 걸려 있었다. 진열대에서 그릇을 빼내는 순간 발동되는 구조였다.

바로 이 경계 마법 때문에 임무 난이도가 높았던 것이다.

‘몇 시간쯤 공을 들여 매듭을 풀듯 경계 마법을 해제하는 게 정석이겠지만.’

우우웅.

진이 납검하고 양손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조금 더 화끈한 방법으로 가져가 주지. 생체 골렘이 된 사람이 둘이나 죽었으니, 지플은 오늘 내가 여기서 어떤 사고를 쳐도…….’

화륵!

불꽃 속성을 띠기 시작하는 마력.

그리고 그 마력을 영기가 감싸기 시작했다. 어둠을 머금은 불꽃이 창고 한가운데 그림자를 드리웠다.

‘조용히 묻어야만 할 테니까.’

고대 유물로 지정된 작은 석판 세 장과, 청동 그릇 따위. 도둑맞아 봐야 지플 입장에선 신경 쓸 필요도 없을 만큼 하찮은 물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대로라면 지플은 가문의 위신을 생각해 눈에 불을 켜고 도둑을 잡으려고 하겠지만.

금지 마법을 이용해 생체 골렘을 만든 정황이 드러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우선은 어떻게든 사건을 축소시키고 은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화염 폭발.’

그러니 차라리 난장을 피우는 게 탈출에 도움이 되었다. 진은 창고 바깥까지 불을 질러 화염에 몸을 숨긴 채 도망칠 계획이었다.

화아아악!

진의 손아귀에 놓인 붉은 마력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영기가 더해진 마력이 불길하게 빛났다.

영창이 끝나자 두 개의 마력 구체가 일제히 폭발했다. 창고 내부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고, 폭발로 인해 천장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키이잉! 키잉! 그리고 여파로 인해 동시다발적으로 발동하는, 창고 내부의 경계 마법들. 진은 그것들을 신경도 쓰지 않고 청동 그릇을 챙겨 정문으로 빠져나갔다.

아마 지플은 이번 일을, 화재 사고로 발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