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Lee Kun-Woo

Surprisingly cold (1)

“오빠, 힌트 좀 찾았어요?”

“찾았어.”

동국이 순순히 힌트를 보여주었다. 힌트에는 배신자와 스파이를 제외한 이들이 이름표를 떼면 5분 후에 부활한다고 적혀 있었다. 여의주에 관한 내용이 아니었다. 찾기 어려운 힌트에는 건우에 대해 적혀 있겠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오빠, 아까 진식이 오빠가 진수 탈락시켰어요.”

“방송 들었어. 5분 지났는데… 그렇구만. 이 형 또 혼자 뭐 하네.”

지유와 동국의 대화였다. 유진식은 가끔 뛰는 녀석들에서 배신을 종종 했다. 이진수와 더불어 신뢰도가 바닥에 가까웠다. 그게 뛰는 녀석들의 묘미이기도 했다. 동국이 힌트를 더 찾아본다며 사라졌다.

건우와 지유는 다시 둘만의 분위기 속에서 회사를 돌아다녔다. 게임 회사이다 보니 게임과 관련된 피규어나 인형들이 많았다.

“와, 저거 엄청 크다. 오! 저거 가지고 싶었는데.”

“엄청 고급스럽네요.”

“엄청 비쌀 걸? 백만 원 넘어가는 것들도 수두룩해. 어? 힌트다!”

피규어 사이에 교묘히 감춰져 있는 힌트가 보였다. 지유가 빨리 달려가서 힌트를 꺼냈다. 그때였다.

“송지유~ 이건우~ 분위기 좋은데.”

“하동 오빠?”

아직 제대로 소식을 못 들었는지 하동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지유가 든 힌트를 노리고 있었다. 하동이 지유를 향해 은근슬쩍 다가왔다. 하동이 힌트를 노리며 다가오자 지유는 빠르게 건우에게 힌트를 던졌다. 건우는 힌트를 주머니에 넣고는 지유에게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떼어보죠. 어차피 스파이가 아니면 5분 뒤에 부활하잖아요.”

지유가 고개를 끄덕이자 건우가 그대로 하동을 붙잡았다.

“뭐, 뭐야!”

치익!

지유가 하동의 이름표를 뗐다. 이름표에는 스파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유가 깜짝 놀라며 하동을 바라보았다.

“오빠 스파이였어?”

“응? 뭐, 뭐야. 난… 읍!”

검은 양복을 입은 덩치들이 하동을 끌고 사라졌다. 지유는 허탈한 듯 하동을 바라보았다. 건우도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동, 스파이가 탈락하였습니다.]

[힌트가 발견 되었습니다. 남은 스파이는 1명입니다.]

방송이 바로 나왔다.

“와, 진짜 건우 아니었으면 깜빡 속을 뻔했네.”

“진짜 믿을 사람 없네요.”

“방금 방송 들었지? 남은 스파이가 한 명이라면…….”

지유의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은 유진식이었다. 건우 같은 경우에는 아예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었다. 같은 스파이를 무참하게 탈락시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인원은 동국, 유진식, 지유, 건우였다.

중앙 휴게실에서 모이게 되었다. 유진식이 건우를 보자마자 손가락으로 건우를 가리켰다.

“이건우! 너 스파이지!”

건우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유진식을 바라보았다.

“와, 연기하네. 아까 너 진수 탈락시키는 내가 봤거든?”

“무슨 소리세요. 형이 탈락시켰잖아요.”

“뭐? 나참! 동국아! 건우 조심해라! 쟤 연기하는 것 봐라! 엄청 뻔뻔하네.”

그러나 유진식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동국이 미소를 지으며 유진식을 바라보았고 지유도 유진식을 노려보았다. 지유가 건우를 비호하며 나섰다.

“하동 오빠를 탈락시킨 것도 우리거든요.”

“그래, 지유랑 건우랑 계속 같이 돌아다니던데. 형은 뭘 했어?”

동국이 지유와 건우 쪽에 섰다. 건우는 뒤로 빠져 있었다. 유진식은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야! 이건우 너! 너무한 거 아니냐!”

“형 힌트 모은 거 있어요?”

“아니, 못 찾았는데.”

건우의 물음에 유진식이 그렇게 대답했다. 동국이 빠르게 움직이며 유진식을 잡았다. 지유가 달려들어 유진식의 이름표를 뗐다. 스파이라면 이름표 뒤쪽에 스파이라고 적혀 있어야 했다.

“어?”

“응?”

동국과 지유가 놀라는 건 당연했다.

이름표는 깨끗했다.

“거봐 난 아니라니까.”

지유와 동국이 시선을 마주쳤다.

치익!

뒤에 있던 건우가 지유의 이름표를 뗐다.

“꺄악!”

건우가 주머니에 있던 힌트를 펼쳐 멍한 표정의 지유에게 건네주었다. 그곳에는 ㅇㄱㅇ라는 초성이 써져 있었다.

“야! 너 읍!”

덩치들이 지유를 끌고 사라졌다. 건우가 미소를 지우자 섬뜩한 분위기가 주변을 지배했다. 동국도 긴장하며 건우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붙었다. 동국이 힘으로 찍어 누르려 건우의 팔을 잡았지만 건우가 버티며 오히려 동국을 밀어붙였다. 동국이 안 되겠다는 듯 손을 놓고는 뒤로 물러나려 하자 건우가 몸 안으로 파고들며 동국의 등을 향해 손을 뻗었다.

치익!

동국이 반응할 시간도 없이 이름표가 뜯겨졌다. 동국이 고개를 절레 저으며 건우를 바라보았다. 동국과 함께 탈락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유진식을 포함한 모두가 건우를 보더니 원성을 쏟아냈다. 특히 지유는 진짜 그럴 줄을 몰랐다는 듯 건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PD가 상품을 주는 것으로 바로 마무리 되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뛰어보니 기분이 좋네요. 다음에도 꼭 불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이건우 씨와 함께했습니다!”

유진식이 마무리 멘트를 하며 훈훈한 가운데에 촬영이 끝났다. 건우는 모두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하루를 꼬박 같이 지낸 탓인지 이제는 너무 편해져 격식이 없어졌다.

“이번 편 대박일 것 같은데?”

“건우 너 진짜 잘하더라.”

유진식과 동국의 말이었다. 시청률을 생각하며 흐뭇해하고 있는 PD가 보였다. PD가 보기에도 너무 좋은 장면들이 많았다. 조금 과장하자면 마지막 게임은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했다. 무엇보다 건우의 표정 변화가 다양하고 대단히 생생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PD가 건우에게 다가왔다.

“건우 씨, 오늘 하루 열심히 해주셔서 고마워요.”

“덕분에 정말 재미있었어요. 나중에 또 불러주세요.”

“당연하죠! 이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다음에 꼭 같이해 주세요. 연락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PD는 이번 년도를 마지막으로 종편으로 떠난다고 한다. 스타 PD이지만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했는데, 종편에서 파격적으로 대우를 해준다고 해서 벌써 기사까지 났다.

그렇게 건우의 두 번째 예능 촬영이 끝났다.

* * *

이건우 신드롬.

이건우가 출연하면 대박을 치고 이건우가 찬 물건은 매진이 되었다. 별을 그리워하는 용에서 입고 나온 복장과 아이템들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이건우 본부장님 룩’

‘이건우 시계.’

‘이건우 복고풍 선글라스.’

다이버 쇼핑 메뉴는 모두 이건우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대놓고 PPL을 하던 상품들도 자연스럽게 살려주니 업체 입장에서는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별을 그리워하는 용은 케이블 드라마의 한계를 완전히 부숴버렸다. 30%에 가까운 시청률에 이르렀고 동시간대의 공중파를 가볍게 따돌릴 수준이 되었다.

그런 폭발적인 반응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별을 그리워하는 용은 입소문을 타더니, 중국 쪽에서 엄청난 반응을 불러왔다. 중국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로우쿠에서 불법적으로 방송되고 있었는데, 최근 계약을 맺고 정식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면서 일본을 포함한 여섯 개 나라와 수출 계약이 성사되었다. 최근 방영했던 회차는 올라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최단 1억 뷰 돌파라는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냈다. 중국 주석의 아내가 즐겨본다고 기사까지 날 정도니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본도 뒤늦게 그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지만 한국 드라마는 꾸준한 수요층을 지니고 있었다. 전문으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해주는 케이블TV의 가입자의 숫자가 꽤 될 정도였다. 흔히 주부들이 매니아 층에 결집되어 있었는데, 이건우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고등학생을 포함한 젊은 세대의 계층이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서 개설된 건우의 팬사이트 회원 숫자가 4만 명을 돌파하고 있었다. YS에서는 일본 진출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일본에서 알아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2월 달부터 일본 유료 케이블 TV로 방영된 달빛 호수가 그 시발점이었다.

“와, 건우 님이 예능에?”

후지사키 카나미는 일반적인 여대생이었다. 그녀는 일본의 이건우 팬사이트, 정식명칭 ‘건우신’의 창단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한국 드라마를 즐겨봤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어머니를 따라 우연치 않게 본 달빛 호수도 처음에는 시들시들했다. 그러나 이건우라는 배우가 출연한 후부터 그녀는 학교조차 빠지며 달빛 호수에 몰두했다. 그녀도 한때 아이돌 가수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깊이 빠지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처음에는 멍했다. 멍하니 드라마를 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밥을 먹을 때도 생각났고 잠을 잘 때도 떠올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의 핸드폰에는 이건우의 사진밖에 없었다. 처음에 모인 멤버들은 모두 다 그런 현상을 겪었는데, ‘마약건우 입덕현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마약이 그렇듯, 한번 맛 들이면 쉽사리 끊을 수 없었다. 계속해서 늪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역시 오늘도 늘어났네.’

처음에는 백 명 남짓한 소규모 모임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더니 4만 명에 이르렀고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 중이었다. 카나미는 흐뭇한 눈으로 액자를 바라보았다. 피 터지게 알바한 돈으로 얼마 전에 팬미팅에서 나눠줬다는 한정판 브로마이드까지 구입했다. 흠집이라도 날까 액자에 넣어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카나미는 경건한 마음으로 건우의 브로마이드를 바라보다가 노트북을 켰다. 바로 들어간 것은 건우의 팬사이트였다. 건우의 팬 중에서 웹사이트를 전문으로 만드는 이가 있어 전체적으로 한국의 팬카페보다 좋았다.

카나미는 팬사이트를 둘러보았다. 게시글 리젠은 대단히 활발했다. 한국 팬 카페보다 더 진화해 게시판 종류는 ‘찬양소.’, ‘고해성사’ 등 거의 종교 사이트를 방불케 했다.

현재 건우신 팬사이트에서 밀고 있는 사업이 있었다.

바로 건우의 일본 방문 희망 서명운동이었다.

그것이 1차 목표였고 최종 목표는 바로 도쿄 돔에서 팬미팅을 하는 것이었다. 첫 팬미팅 때 공개된 영상에서는 그 규모가 너무 작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건우 님이 강림하시기에는 너무 초라한 장소였다.

누구나 무슨 헛소리냐라고 비웃겠지만 카나미의 생각은 달랐다. 새롭게 뽑은 간부진들의 자금력은 엄청났다. 주축은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했지만 중년 사모님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모두 사회에서 한자리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카나미는 ‘영접실’로 들어갔다.

별을 그리워하는 용 최신 방영분은 이미 본지 오래였다. 한 번 본 것이 아니라 하루에 3번씩은 꼭 봐야 잠이 잘 왔다.

HIT) 제목: 건우신 출연 뛰는 녀석들! 자막 첨부!

좋은 밤입니다. 자매님, 형제님.

최신 방영본을 입수하여 밤새 자막 제작하였습니다.

건우 님의 활약이 너무나 눈부셨습니다.

한국에서도 연일 화제입니다!

영화를 한 편 보는 것 같았던 예능이었네요! 부디 건우 님의 활발한 예능 활동을 바라봅니다!

[영상 ‘뛰는 녀석들 건우신 출연편’]

‘드디어 나왔네!’

기사가 떴을 때부터 기다린 예능 프로였다. 뛰는 녀석들에 대한 영상은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일본어 자막이 있는 편은 현재 건우 편이 유일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회원이 노고해 준 덕분이었다.

카나미는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서비스하는 스트리밍 사이트였는데, 특이하게도 영상을 시청하며 코멘트를 남길 수 있었다. 코멘트는 영상에 바로 적용되어 떠올랐다.

“다 됐다!”

< 뜻밖의 한류(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