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halla Saga

Chapter 51 - Brawl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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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마하 굉장해!”

하얗고 거대한 시서펜트의 목에 찰싹 달라붙은 니드호그가 해맑게 웃으며 외쳤다.

사실 이미 아덴마하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한 지 이틀 째였던 터라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여전히 잊을 만하면 새삼 감탄하는 그녀였다.

니드호그의 감탄에 호응하기 위함인지 아덴마하는 약간이나마 더 속도를 높였다.

유프라테스 강의 지류를 완전히 빠져나와 내해로 진입한 상태인 터라 수심도 깊고 주변에 걸리적거리는 것도 없어 헤엄치기가 좋았다.

‘참 좋구나.’

쿠 훌린이 으흐흐 웃으며 말했다. 목소리만 들렸지만,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가 머릿속에 절로 그려졌다.

“진즉에 이렇게 갈 걸 그랬네.”

몸통 부위에 시리와 꼭 붙어서 앉아있던 브라키도 새삼 말을 보탰다. 지금처럼 흥분해서 속도를 높이지 않을 때도 아덴마하의 이동 속도는 가볍게 달리는 말에 필적했다.

더욱이 바람 시원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쭉쭉 나아가는 상황이었다.

일부러 숲이나 산 같은 오지를 걸어서 이동하던 지난 여정에 비하면 실로 쾌적함 그 자체였다.

“아덴마하는 탈 것이 아니다.”

브라키의 품에 안기듯 앉아있던 시리가 작게 말했다. 어쩐지 모르게 동병상련이 느껴지는 그 말에 태호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삼켰고, 쿠 훌린은 끌끌끌 혀를 찼다.

그래도 다행히 아덴마하 역시 지금의 상황이 꽤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굳이 용을 정복하는 자를 쓰지 않아도 아덴마하의 흥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게 오랜만일 테니까.’

이둔의 주둔지가 자리한 안개의 호수는 결국 호수였다. 아덴마하가 마음껏 노닐던 에린의 바다에 비하면 아무래도 부족한 구석이 없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목욕도 좋아한다고 했었지?’

헤다가 전에 지나가면서 해준 이야기였다.

태호가 없을 때면 여신보다는 시서펜트의 모습으로 곧잘 있는 아덴마하였는데, 그렇게 하루 온종일 호수에 몸을 담그고 있어도 부족한지 여신의 모습일 때도 욕조에 물 받아놓고 하는 목욕을 즐긴다고 했다.

태호는 잠시 눈을 감고 아스가르드에 만들 에린을 떠올려 보았다. 일단 아덴마하를 위해서라도 무조건 호수는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모두가 만족하며 나아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제일 뒤쪽에 앉아 있던 잉그리드가 딱딱한 얼굴로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잉그리드? 왜 그래? 머리라도 아파?”

백조의 모습으로 화해 잉그리드 품에 안겨 있던 간두르가 물었다. 설마하니 바다 신의 발키리가 멀미라도 하는 걸까?

간두르의 걱정과 호기심이 반씩 섞인 물음에 잉그리드는 고개를 한 번 가로저은 뒤 정말로 멀미에 시달리고 있는 파트로클로스에게 말을 걸었다.

“파트로클로스, 올림푸스의 바다의 신은 지금 어떤 상태이신지 아십니까?”

강에서는 이렇다 할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막상 내해로 들어오니 이래저래 불안한 기분이 드는 잉그리드였다.

아스가르드에서의 싸움이 육지 일변도가 되어서 그렇지, 잉그리드가 받들어 모시는 바다의 신 뇨르드는 바다에서만큼은 절대적인 힘을 자랑했다. 거의 육지에서보다 세 배 이상 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잉그리드가 새삼 바다의 신을 경계하는 이유는 뇨르드가 바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한 자라도 바다 한 가운데 자리한 상황이라면 풍랑과 폭풍우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잉그리드의 물음에 파트로클로스는 멀미 때문인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답했다.

“알 수 없소. 다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변화가 없으니 아직 유지하려는 자로 계신 게 아닐까 하오.”

잉그리드 못잖게 관련 문제를 고민한 파트로클로스였다.

비교적 수심이 얕고 어찌되었든 육지와 멀리 떨어질 수 없는 강이라면 무슨 문제가 생겨도 쉬이 대처할 수 있었지만 바다는 아니었다.

수심도 깊고 해안선 역시 멀어 언제든 긴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어, 아무튼 괜찮다는 이야기지?”

잉그리드의 품에서 간두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항상 활달한 그녀였지만 바다 한가운데다보니 목소리가 절로 움츠러들었다.

의외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파트로클로스가 작게 웃었다.

“아마 그럴 거요.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다른 바다의 신들과 바다 괴물들이라오.”

바다의 신은 하나가 아니었다.

제우스의 형제인 포세이돈이 모든 바다 신들의 수장이기는 했지만 그 외에도 여러 바다 신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멸망을 바라는 자로 돌아선 자가 있다면.

그리고 일행 인근에 자리한 자가 있다면.

혹은 애당초 유지하려는 자들을 적대하던 바다 괴물이 있다면.

‘재수 없는 소리 좀 작작 하라고 해라.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쿠 훌린이 태호에게 다소 날카롭게 말했다. 본디 바닷사람인 그인 터라 바다에 관해서는 여러모로 민감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쿠 훌린의 불편함을 모르는 파트로클로스는 계속해서 말했다.

“다행히 이 근처에는 이렇다 할 바다의 신이 없다오. 아테나님의 영향력 덕분에 바다 괴물들 또한 접근하지 못 하고 말이오.”

아테네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아테나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해 잡스런 바다괴물들이 아테네 인근에 접근하는 것을 불허했다.

파트로클로스의 설명에 간두르는 아주 잠시 안도했지만, 정말로 잠깐뿐이었다.

아테나의 신력이 바다 괴물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다면, 신력이 약해진 지금은 어떠할까.

물론 신력이 약해졌다고 바로 바다 괴물들이 몰려왔을 리도 없고,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마주친다는 보장 역시 없었다. 내해에 들어온 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쿠 훌린의 말마따나 말이 씨가 되는 법이었다. 어쩐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파트로클로스도 그랬다. 저도 모르게 바다 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맑다고는 하나 속이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다.

짙은 파란색이었다.

아니, 어느 순간부터 검정에 가깝다는 기분이 들었다.

“꽉 잡아요!”

바로 그 순간 아덴마하가 돌연 외쳤다. 급히 용의 눈을 발동시킨 태호는 볼 수 있었다.

“밑에서 온다!”

아직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빨랐다.

심해에서부터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꺄악!”

니드호그가 비명을 질렀다. 쿠 훌린이 욕지거리를 토했고, 파트로클로스가 납작 엎드리며 소리쳤다.

“스킬라! 스킬라요!”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바다 괴물의 이름.

“일단 닥쳐!”

날카롭게 외친 간두르는 파트로클로스의 양어깨를 낚아채더니 그대로 날아올랐다. 시빌라를 등에 업은 라스그리드와 잉그리드도 급히 백조로 화해 몸을 날렸다.

풍랑이 일었다. 해안 쪽으로 헤엄치려는 아덴마하를 방해하듯 수면 아래에서 수십 개나 되는 촉수들이 솟구쳐 올랐다.

“꺅!”

‘니드호그!’

쿠 훌린이 비명처럼 외쳤다. 아덴마하가 무언가에 붙잡힌 듯 제대로 헤엄치지 못했고, 높은 파도가 아덴마하의 등을 때렸다. 촉수 하나가 니드호그를 낚아채 끌고 가 버렸다.

“태호 주-”

니드호그의 목소리는 채 이어지지 못 했다. 파도가 그녀를 집어삼킨 탓이었다.

니드호그를 친동생처럼 아끼는 아덴마하가 노여움을 터트렸다. 태호가 손을 뻗어 그런 아덴마하의 비늘을 짓눌렀다. 그녀를 진정시킴과 동시에 소리쳤다.

“충격에 대비해!”

[사가 : 여신이 면회 온 전사]

니드호그를 부르지 않았다. 대신 그녀에게 가짜 니드호그의 마갑을 덧씌워 주었다.

몸길이 백 미터에 달하는 검은 용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자연 어마어마한 파도가 일어 주변을 휩쓸었다. 헤엄을 못 치는 니드호그가 용의 모습으로 허우적거린 탓에 충격이 더하였다.

아덴마하는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파도를 타넘었다. 태호는 섬이나 다름없어진 니드호그를 보았고,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롤로! 아덴마하!”

소환의 돌로 하늘 높은 곳에서 따로 날아가던 롤로를 불러냈다. 갑자기 높이 이는 파도 사이를 날게 된 롤로는 괴성을 지르며 필사적인 날갯짓을 했고, 시리와 브라키가 그런 롤로의 등 위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당연히 니드호그의 등 위였다.

아덴마하는 태호의 부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했다. 시리와 브라키가 롤로의 등에 옮겨 탄 그때 그녀는 바다 밑으로 의식을 집중시켰다. 검은 용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당황한 바다 괴물을 느끼며 여신의 모습으로 화하였다.

“바다의 힘이여!”

아덴마하가 두 팔을 벌리며 크게 외치자 바다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요동쳤다. 마치 미드가르드의 바다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덴마하를 중심으로 바다가 갈라졌다. 바다의 일부를 원형으로 파낸 것 같았다.

급히 허공을 박찬 태호는 아덴마하의 허리를 낚아채듯 붙잡았다. 그대로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원형으로 갈라진 바닷물 덕분에 바다 괴물의 모습을 일부나마 볼 수 있었다.

[바다의 하위 신]

[포세이돈의 권속]

[글라우코스]

바다 괴물 따위가 아니었다. 바다의 하위 신, 그것도 포세이돈의 권속이었다.

당장 눈에 보인 것은 파충류처럼 생긴 검고 거대한 머리와, 그 머리에 뿔처럼 솟아있는 성인 남성의 상반신이었다. 검은 괴물의 머리 옆으로 수십 개나 되는 촉수들이 마치 문어 다리처럼 달려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뱀과 같았다.

놈이 태호와 아덴마하를 보았다. 그 상태로 촉수를 휘두르는 대신 아덴마하가 채 밀어내지 못한 바닷물 속으로 더욱 깊이 잠수했다.

하지만 놈은 도망간 것이 아니었다. 다시 공격하기 위해 잠시 몸을 감춘 것에 불과했다.

태호는 투시력을 극대화시킨 용의 눈으로 붉은 글씨를 쫓았다. 바닷물을 밀어내는 것이 힘겨운지 땀을 뻘뻘 흘리는 아덴마하의 허리를 강하게 고쳐안더니 그대로 허공을 박차 더 높이 솟구쳐 올랐다.

“바닷물을 풀어!”

외침과 동시에 글라우코스가 수면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아덴마하는 다급히 힘을 풀었고, 급격히 밀려온 바닷물들이 놈의 움직임을 조금이나마 저해했다.

콰강!

놈의 거체가 수면을 때리며 무시무시한 굉음을 만들어냈다. 다시 한 번 허공을 박차 솟구치며 태호는 놈을 보았다. 다시 공격하기 위해 잠수하는 글라우코스를 보며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아덴마하! 나 믿지?!”

갑작스런 물음에 쿠 훌린이 당황했다. 하지만 아덴마하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태호의 눈에 고민 없이 답했다.

“믿어요!”

“먹혀!”

태호가 다시 소리쳤다. 아덴마하는 눈을 크게 떴고, 그 순간 글라우코스가 솟구쳐 올랐다. 태호와 아덴마하를 한입에 집어삼키겠다는 듯 입을 크게 벌렸다.

태호가 아덴마하를 보았다.

아덴마하가 태호를 보았다.

찰나의 순간 아덴마하가 고개를 끄덕였고, 태호는 글라우코스의 잔뜩 벌린 입을 향해 아덴마하를 집어던졌다. 홀로 허공을 박차 더 높이 솟구쳐 올랐다.

‘야! 이 미친놈아!’

쿠 훌린이 욕지거리를 토했다. 하지만 태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주변 모두가 경악성을 토하는 그때 전사의 질주를 발동시켜 글라우코스와 거리를 벌렸다. 아덴마하를 한입에 삼킨 놈이 다시 수면 아래로 들어가려는 그때 사가를 발동시켰다.

[사가 : 여신이 면회 온 전사]

다소 복잡했다.

아덴마하를 바로 부르는 대신 일단 가짜 아덴마하를 소환했다. 가짜 아덴마하의 허리를 낚아챈 뒤 진짜 아덴마하와 바꿔치기를 했다.

“커헉!”

정체모를 끈적끈적한 액체로 범벅이 된 아덴마하가 가까스로 숨을 토했다.

태호가 가짜 아덴마하를 부르고 바꿔치기 하는 동안 글라우코스의 제법 깊은 곳까지 들어간 그녀였다.

그리고 그것은 곧 글라우코스의 식도 깊은 곳에 가짜 아덴마하가 자리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가 : 극한의 주인]

수면 아래에서 괴성이 터졌다. 폭발음과 고통에 찬, 그러면서도 제대로 이어지지 못 한 비명이 한 데 섞여 끔찍한 울림을 만들었고, 수면이 순식간에 검은 피로 물들었다.

목구멍 안쪽에서 갑자기 거의 자기 몸체만한 크기의 용이 나타났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가짜 아덴마하가 화한 가짜 자비에르 또한 막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어차피 가짜였다.

실로 귀기어린 태호의 기책이었다.

몸통이 터진 글라우코스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놈은 아직 죽지 않았다. 라타토스크와는 반대로 괴물 머리에 달린 인간의 상반신이 본체인지 괴성을 지르며 태호를 향해 촉수를 내뻗었다.

태호는 다시 허공을 달렸다. 그리고 글라우코스가 태호에게만 온 신경을 집중한 그때 브라키와 시리가 롤로를 타고 날았다. 곡예에 가까운 비행을 하는 롤로의 등 뒤에서 뛰어내린 브라키가 검은 괴물의 머리 위에 안착했다.

글라우코스가 급히 그런 브라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브라키가 더 빨랐다.

다짜고짜 괴력이 어린 망치로 글라우코스의 턱을 후려쳐 몸을 늘어트리게 한 뒤 놈과 괴물 머리 사이의 이음매를 살펴보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완전한 일체형은 아닌 것 같았다.

망치를 갈무리한 브라키가 놈의 허리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정신을 차린 글라우코스가 채 저항하기도 전에 놈의 몸을 검은 괴물의 머리에서 뽑아냈다.

브라키가 글라우코스를 허공에 내던졌다. 니드호그로 치면 정수라 할 수 있을 글라우코스가 분리되었기 때문인지 검은 괴물의 촉수가 축 늘어졌다.

롤로 위에 자리하고 있던 시리는 연달아 화살을 날려 솟구치는 글라우코스의 가슴을 꿰뚫었다.

“키아악!”

글라우코스가 고통스런 비명을 토했지만 아직 그리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놈은 비록 하급이라고는 하나 바다의 신이었다. 겨우 몇 대 얻어맞은 정도로 죽을 리가 없었다.

“가요!”

니드호그의 등 위에서 간신히 눈을 뜬 아덴마하가 약간의 원망을 섞어 소리쳤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멸망을 바라는 자로 돌아선 바다의 하위 신을 물리쳐라.]

[놈을 쓰러트려 바다의 풍랑을 가라앉혀라!]

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폴론의 과업이 내려왔다.

다소 늦은 타이밍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아예 내려오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태호는 여전히 헐떡이는 아덴마하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었다. 덕분에 정체모를 체액이 묻었지만 마다하지 않았다.

태호가 아덴마하를 안고 있던 손을 풀고 다시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글라우코스 쪽을 노려보며 오른손을 내뻗었다.

[사가 : 용기사의 무구]

[복수의 사슬검]

긴 쇠사슬 끝에 칼날이 달린 무기로, 근거리는 물론 원거리까지 커버가 가능한 전천후 병기였다.

태호의 손을 떠난 사슬검이 쏜살 같이 날아 글라우코스의 어깨에 박혔다. 태호는 이제 제법 진짜 섬처럼 안정감을 갖기 시작한 니드호그를 향해 몸을 날리며 오른팔을 당겼다.

그러자 마치 낚싯대에 잡힌 물고기처럼 글라우코스가 태호 쪽으로 끌려왔다. 태호는 그런 놈을 받아주는 대신 다시 오른팔을 놀려 니드호그의 등판 위에 내동댕이쳐지게 만들었다.

“커헉!”

등부터 떨어진 놈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태호가 한 박자 늦게 니드호그의 등에 안착했다. 그대로 허공을 움켜쥐어 아론다이트를 뽑아든 뒤 놈의 심장을 꿰뚫었다.

글라우코스가 발버둥 치듯 몸을 떨었지만 잠깐이었다. 심장이 파괴당한 놈은 그대로 절명해 온 몸을 늘어트렸다.

[과업을 달성했습니다.]

[당신의 명성이 높아졌습니다.]

[칭호 '바다 괴물을 쓰러트린 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신을 죽인 자'에 다가섰습니다.]

[글라우코스에게 많은 피해를 입은 바다의 사람들이 당신을 찬양할 것입니다.]

연달아 신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태호는 신성이 조금 더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전까지의 신성이 작은 씨앗이었다면, 이제는 대추 정도 크기는 된 것 같았다.

태호는 숨을 길게 토했다. 잠깐이지만 두 눈을 감고 신성의 성장을 즐겼다.

하지만 여운까지 즐기는 것은 무리였다. 시빌라와 파트로클로스를 대동한 채 아덴마하의 곁에 안착하는 발키리들에게 다가갔다.

태호는 일단 허공에서 수건을 꺼내 아덴마하의 얼굴과 머리를 닦아주었다. 그러는 한편 도저히 말을 할 상황이 아닌 파트로클로스를 건너 시빌라에 시선을 주었다.

시빌라의 의도인지, 아니면 아폴론의 명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신탁이 시작되고 있었다.

태호가 빠르게 물었다.

“포세이돈이 멸망을 바라는 자로 돌아선 것입니까?”

[확실하지 않다.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정말로 포세이돈이 멸망을 바라는 자로 돌아섰다면-]

시빌라의 입을 통해 다급히 말을 토해내던 아폴론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대로 비명을 삼켰다.

아폴론이 그리한 이유.

남은 신력을 모두 쥐어짜다시피 하여 먼 곳을 내다본 그가 목격하고 만 것.

아폴론은 길게 설명하는 대신 자신이 본 것을 태호에게도 보여주었다.

겨우 몇 초 남짓한 영상이었지만 태호는 아폴론이 그러한 것처럼 말을 잃고 말았다.

아직은 먼 아테네.

항구를 가진 폴리스.

스파르타에게 공격당하지 않았다. 아직 싸움은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재앙이, 맞서 싸울 수조차 없는 공격이 아테네를 휩쓸고 있었다.

도시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거대한 해일.

포세이돈의 권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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